본인이 생각하는것과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하는것에는 차이가 있을겁니다.
뭉근뭉근 생각은 피어오르는데, 전달력있게 이야기하지 못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의 뭉치를 잘 풀어헤쳐 상대방이 알게 듣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일단 생각을 정리해야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여 뜻을 충분히 전달해야됩니다. 이는 필히 훈련과정을 거쳐야
될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세상은 혼자 살아갈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본인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것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본인을 위한것이겠지만, 더나아가
상대에 대한 배려의 한부분일것입니다. 알아듣지 못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전혀 느끼지 못할때가 있거든요.
어쩌면 이는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일수 있을것입니다.
파리외곽, SAINTE MARIE 고등학교의 <나눔의 그룹>시간에 주제 발표하는 고등학생들
프랑스 사회에는 토론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것에 대해 거북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대체로 회의가 많은편이지요. 학교내에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변경사항이 있으면 학교에서 교사 학부모 회의를 자주 가지게 되고, 정치에서도 어떤 분야의 법제정안이 제시되고 나면 바로 상원의 토론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장단점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메꿀수있는 대비책도 함께 제시하곤 합니다.
이런 뿌리깊은 토론문화는 어린시절부터 본인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를 놓고는 정답을 맞추기보다는 여러 의견들을 피력해 내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데, 유치원부터
질문 위주의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주저 없이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자녀의 예절교육에는
엄격한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표현의 자유는 넓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특별히 토론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전반적인 수업 전개 방식이 교사의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것으로 이루어집니다. 학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에 표현력을 중시여깁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영화를 보러가면, 영화가 시작하기전에 극장관계자가 마이크를 들고 영화가 어떻게 제작되고, 관람할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주는데, 많은 아이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서로 손을 들고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바로 토론으로 이어지는데, 넓은 극장안이 토론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소이기만 마이크 돌려가며 이야기하는데, 토론이라고는 하지만 극장관계자가 질문하고 답하는것으로 많은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이는 박물관 견학할때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박물관 바닥에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으면 안내원이 작품을 설명하는데 주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른바 말빨이 세어진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방식에도 문제점을 느끼고는 그냥 지나치치 않습니다.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이었던 딸아이반에서 불어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못마땅한 어떤 학생이 교사와 수업시간 내내 말싸움을 했던적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은 선생님이 이겼지만, 1시간내내 대드는 학생이나, 받아주는 교사나 듣고 있던 주변 학생들하며 그 분위기가 상상이 되더군요. 이에 딸아이는 프랑스 아이들은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러 치졸한 변명과 합리화의 궤변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파리외곽, SAINTE MARIE 고등학교의 <나눔의 그룹>시간
수다가 토론으로
프랑스인들은 남여노소를 불문하고 말이 많습니다. 지하철안이나 어디든지 옆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소곤소곤 연신 수다를 떱니다. 침묵이 금이 아닌 서양문화라 그렇겠지요. 그런데 더러 수다라기보다는 토론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길때도 있습니다. 까페문화가 발달해서 젊은이들은 까페에 모여 수다인지, 토론인지 모를 이야기를 합니다. 그옛날 샤르트르가 여송연 입에 물고 동시대의 문인들과 담배연기 자욱한 까페에서 침튀겨가며 문학과 철학을 논했던 흔적이라고도 할수 있겠지요.
고등학생인 딸아이 친구들은 모여 수다를 떨다가 바로 토론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무슨 토론을 하냐고 물으니, 어떤 영화가 누구는 좋았고, 누구는 싫었고하면서 그 이유까지 펼쳐진답니다. 또한 상업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상식교육은 필히 있어야 하니 마니까지,, 점심식사하고 나면 필히 이어지는 수다이자 토론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부터 토론교육은 필수
프랑스는 고등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토론교육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딸아이가 다니는 카톨릭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2주일에 한번씩 <나눔의 그룹> 시간을 가집니다. 몇달전 블로그 글로도 소개한바 있지만, 주로 사회 문제시 되었던, 마약, 성범죄. 사형 등 예민한 주제를 세학생이 준비해서 발표를 하고는 토론을 야기시킬 문제까지 만들어옵니다. 그러면 서로 의견이 다른 학생들이 이야기하게 되는데 학생들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게 아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보게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게 합니다. <나눔의 그룹>은 신부님의 주도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카톨릭 학교이기에 사회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긍정적인 판단으로 이끌어가게 하는, 일종의 윤리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적에 반영되는 필수과목으로 <시민 사회 법 교육>이 있습니다. 이는 바깔로레아[대학입학시험]로 연결됩니다. 이과목 수업의 핵심은 토론입니다. 목적은 시민사회의 여러 양상을 깊이 생각하게 하고, 시민으로서 실천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본인 관점을 지키며, 다른 이들의 관점을 존중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제를 보면, <주 35시간 노동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파업의 권리는 제한되어야하는가?> <조합은 무엇을 하는곳인가?> <노동자들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는가?>등인데, 의견을 개진하되 추상적이어서는 안되고 논리적이고 정당성이 있어야됩니다. 이를 위해 프랑스 학교에서는 고전을 읽고 철학을 공부하는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파업하고, 시위를 하나 봅니다.
대부분의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은 불어입니다. 왜냐하면 깊이가 있어야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책읽기로는 좋은 점수 받을수 없습니다. 중학교때까지는 개인 의견 피력이 상상력만 동원되어도 되었지만, 고등학교 불어는 깊이를 요하는 답을 적어야됩니다. 과학에 같은 점수가 나왔을때 채점 기준은 문학점수가 좋은 이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토론교육을 통해서 표현력 기르며,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철학과 깊이 있는 책읽기 등으로 삶을 가볍게 대하지 않게 하는 프랑스 교육인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답니다.^^
'파리의 한국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93세 저자의 <분노하라>가 프랑스에서 인기 있었던 이유 (0) | 2011.06.30 |
---|---|
느긋한 프랑스인들이 오두방정 떠는 순간 (0) | 2011.06.29 |
아기 위하느라 산모는 찬밥신세가 되는 프랑스 산부인과 (0) | 2011.06.09 |
유럽에 몰아닥친 박테리아 공포에도 조용한 프랑스인들 (0) | 2011.06.07 |
공원 호수에서 본 프랑스인의 낚시문화 (0) | 201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