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남한보다 북한에 관심 많은 프랑스, 왜?

파리아줌마 2011. 7. 14. 08:53

한국이 프랑스에 알려지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류의 물살을 타고 한국의 대중문화가 알려지고 있고,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한 이미지일수도 있지만, 삼성 TV를 보고,

핸드폰을 사용하면서도 한국 기업이라는것을 모르고 있는

프랑스인들도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높은 교육열, 성공을 향한 강한 의지 등으로

우리는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보통 프랑스인들은

아직도 한국에 대해 잘모릅니다.

 

먼옛날 일입니다만 16년전 큰아이가 태어난 해에 소아과 의사에게

한국을 다니러간다고 하니 동남아 어디 열대지방에 가는줄 알고

아기 예방 접종하고 가야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에게 사계절 

뚜렷한 한국의 기후에 대해 큰소리로 설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이후로도, 그리고 불과 얼마전까지도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기후를 프랑스인들에게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얼마전 평창이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고 나서 어떤 프랑스인에게 한국에 산이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땅은 넓지 않지만 많은 산이 있다고 했지요

 

하지만 경제쪽으로 일을 하는 프랑스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잘알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명이겠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인들은 북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무지막지한 3대 세습체제와 핵실험, 폐쇄적인 정책,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으로 알고 있는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이라는 표현은 써도 남한은 잘 사용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한국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외국인들은 엄연히 구분하려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남과북이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한국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괜찮은것 같지만요. 왠지 한국이라는 표현은 남북 분단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남쪽만 합법화 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표현인듯합니다. 북한이라는 단어를 쓸려면, 남한이라고도 써야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받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익숙해져 있어 남한이라는 표현이 꺼림직하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각설하고, 왜 프랑스는 남한보다는 북한을 더잘알고 있고, 관심을 가지겠는지요?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것입니다. 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답은 피상적일뿐이고, 드러나지 않는 묘한 느낌들이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 사회를 향한 언론 플레이는 대단합니다. 한번씩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한꺼번에 집중시킵니다.

 

오늘 까뜨린느를 만나 북한을 먼저 알았는지 남한을 먼저 알았는지 물어보니, 좋은 질문이라고 하면서 대답하기를 북한이 프랑스에서 많이 보도되었다고 합니다. 그녀 또한 북한을 미리 알았던거지요. 그리고 그녀는 요즘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한국인을 알기전까지는 남한에 대해 잘몰랐다고 합니다. 까뜨린느는 프랑스인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을 <걱정>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인들은 북한을 걱정합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사라질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자리만 떠도 곧 바로 보도합니다. 르몽드지의 국제면 아시아 태평양칸에는 북한소식이 자주 있습니다. 한번씩 거론되는 남한소식은 대부분 북한과 연관된것입니다. 지난해 연평도 폭격 사건이 터졌을때는 북한 문제 전문가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과연 프랑스인들이 걱정하는게 무엇인가 싶습니다. 대결하고 있는 남한? 아니면 세계 평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프랑스인들은 세계 평화 걱정하며 지내고 있지는 않을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은 미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힘으로 세계가 돌아가는것에 대해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의 곤조일수도 있고, 정의와 자유라는 미명하게 자행되는 미국의 작태에 분노하는것일수도 있습니다. 작크 시락 프랑스 전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프로 아메리칸 대통령인 사르코지가 들어서면서 그런 의미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런 미국에 정면 대항해 강한 주체성[?]으로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을 프랑스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북한은 강자입니다.

 

프랑스가 가지는 국제사회의 이미지가 있기에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을 거론하며, 유럽 연합 27개국들중 유일하게 수교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인 관계는 끊임없이 가지고 있습니다. 파리에 북한 대사관이 있었던 60. 70년대에는 프랑스는 북한과 합작하여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르몽드지 문화면에는 평양 영화 페스티벌 소식이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 이틀 정도 평양 영화 축제가 있는데, 프랑스 영화인들도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알려졌다시피 프랑스 의료진들은 북한 고위 관리들의 치료를 위해 파견되기도 합니다.

 

프랑스가 평양에 협력 사무실을 차리는 이유? 

 

그런 프랑스가 올 9월 평양에 문화교류를 위한 협력사무실을 차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과 공식적인 물꼬를 트고자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겁니다. 분명히 북한에서 가져올수 있는게 있겠지요. 관련 기사에 달린 어떤 댓글이었는데요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길래 추려봅니다.

 

올봄 프랑스가 리비아를 마음놓고 폭격할수 있었던 이유가 리비아에 프랑스를 타격할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리비아 대사가 비밀리에 북한 대사관이 있는 중국을 방문했답니다. 미국의 눈치 안보고 무기를 파는 북한에서 프랑스를 타격할 무기를 리비아에 팔수도 있다는거지요. 그래서 프랑스가 북한에 사정하기 위해 협력사무소를 설치하는것이라는겁니다.

 

협력 사무실은 이미 2년전에 추진하려던 것이었는데, 시기상조라 하여 지금에서야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거랍니다. 위의 댓글 내용은 추측일뿐이지만, 왠지 외규장각 반환을 놓고 프랑스와 겪었던 굴욕적인 일들이 생각이

나서 은근 비교가 되더군요. 프랑스인들이 남한보다는 북한에 관심이 많은것을 보고, 느끼면서 한번쯤은 글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외국인, 즉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같은 민족인, 북한은 제가 한국에 있으면서 알았던것과는 조금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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