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내가 만난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

파리아줌마 2011. 7. 22. 07:19

얼마전 외국생활에서 한국인을 만나는게 불편한 이유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우리들 특유의 끈끈한 정서가 외국생활의 외로움과 만나게

되면 상대를 알게 모르게 의지하고, 기대하게 되면서 껄끄러운 관계로

이끌어간 경우들을 보고는 든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이런 한국인들의

정서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외국인들, 즉 제가 사는 곳이

프랑스이다보니, 프랑스인들이라고 하죠.

 

그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수 있을까요? 물론 이는 사람 나름일겁니다.

하지만 문화와 살아온 방식이 다르지만 사람사는 곳에서 통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형식적인 겉발림이 아니라 진심을 담는 마음을 건넨다면 풍습이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과도 소통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언어는 단지 도구일뿐입니다. 그렇다고 그 중요성을 간과할수는 없겠지만요~

 

자라면서 가족 생일이라던가 기념일을 잘 챙기지는 않았습니다만 친정 어머니가 남의 집에 갈때는 빈손으로 가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은 새겨들었나 봅니다. 특히 집안에 아이가 있거나, 어른이 계신다면 과일 한쪼가리라도 가져가는것을 보아왔고, 들어왔드랬습니다.

 

바깥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고 집에 간다는 것은 어떤 성질의 방문이든간에 의미가 있는 일이고, 가정이라는 귀한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이니만큼 초대받은 이도 최대한의 배려를 하면 좋을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자, 정서일겁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다릅니다. 다른 외국도 마찬가지겠지요. 파티를 제외하고는 남의 집에 방문하면 그냥 갑니다. 그들에게 손에 무언가를 들고 가는건 불필요한것일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게 당연하고 익숙한것입니다. 이런 프랑스에 사니 남의 집에 갈때 그냥 신경 안써도 되니 편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되지가 않더군요.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다른 정서를 떠나서도 초대에 응하는 사람이 할수 있는 감사의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중요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마음으로, 눈빛으로 통할수 있다지만, 내 마음은 나 자신은 잘 알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상대방은 잘모릅니다. 그러니 마음가는 곳에 물질이 가고, 물질가는 곳에 마음이 가는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의 집에 갈때 빈손으로 안가는 우리의 풍습은 때로는 프랑스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얼마전 큰 아이 공부 대해 조언을 부탁했던 프랑스인 교사 집에 아이와 잠시 갔었는데, 고마운 마음에 케잌을 구워갔습니다. 아이만 혼자 들여보내고 저는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그 케잌 하나가 교사의 마음을 움직였던것입니다.

그는 그냥 가지말고 함께 간식하자고 권하길래 주구장창 그집에 있다온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큰아이 친구집에 잡지사 기사 때문에 인터뷰를 하러 갔었습니다. 일단 느닷없는 가정방문[?]을 받아주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해서 한국의 전통적인 물건을 선물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마까롱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마까롱이 10개에서 12개정도든 조그마한 상자였습니다. 제가 민폐끼친것에 비해 초라하다고 생각해서 부끄럽게 내밀었는데, 그집 사춘기 두딸들과 엄마는[그게 뭐라고] 황송하게도 너무 고마워해서 제가 몸둘바를 몰라 했드랬습니다. 너무 의외의 반응이라 저도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좋더군요.

 

한국인의 존중과 배려의 정서를 높이 사는 프랑스인들

 

지난 5월 8일 파리의 한류행사였던, 코리안 커넥션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대학생인, 셀린은 케이팝을 잘몰랐습니다. 코리안 케넥션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모두 케이팝 팬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세린은 한국인들의 존중의 정서가 좋아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9월에 일년동안 연세 어학당에 한국어를 배우러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날 만난 중년 부인인, 도미니크도 한국을 갔을때 노인을 공경하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프랑스는 지금 고유의 것들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며 한국 고유의 정신을 잘 간직하라고 하더군요. 

 

우리의 나눔의 정서가 프랑스인을 감동시킨 적이 있었으니, 얼마전에 파리에 있는 어떤 한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몇년전 시골 노모와 가족들을 파리에 초대해 유럽 여행을 시켜주고 있었답니다. 스위스에서 테제베를 타고 파리에 돌아오는데 시골 노모는 스위스에서 산 마른 과일을 드시려고 했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프랑스 여인이 걸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도 전라도 사투리로 "자셔~"하고는 마른 과일을 건넸는데, 순간 당황한 프랑스 여인이 무슨 뜻인지 몰라 자고 있던 그이를 깨웠고, 그아들은 일어나 어머님이 마른 과일을 건넨 이유와 우리의 나눔의 정서를 이야기해주니 무척이나 감동하더라는겁니다.

그 프랑스 여인은 이런 대접을 받아본적이 없다며 시골노모에게 선물까지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놀이를 하면서도 상대를 적대시하기 보다는 다치지 않게 배려하는 고려시대 전통무술인, 택견의 정신에 사로잡혀 유럽에서 택견을 전수하고 있는 쟝 세바스티앙 같은 프랑스인도 있고요~

 

우리 선조들은 아무리 당신들 먹고 살기 힘들어도 손님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고 하요. 넉넉하면 모르겠지만 가난한데 그러기는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렇게 영악하게 굴지 못해서 외세의 침략에서 스스로를 지키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살면서 함께 울고, 웃으며 콩한쪽도 나누어 먹으면서, 서로를 아껴주며 

살았던 정신은 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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