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에게 우리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게 할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맛을 보게하고는 어떠냐고 물어볼때는 설레기도 합니다.
프랑스인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불고기와 비빔밥, 잡채인것
같습니다. 편의상 돌솥 비빔밥은 뜨거운 비빔밥, 그리고 잡채는 투명한
국수로 통용되고 있더라고요.
Kpop 프랑스 팬들은 한국을 좋아합니다. 태극기를 앞세워 한류행사를
가지고,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며, 그리고 당연히 따라오는게 한국음식을
먹어보는 일입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한국 아이돌들이 먹고 자란
한국 음식은 또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로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음식이 인기가 있는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것을 떠나 프랑스인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항상 접해 보기를 원하고 그것을 삶의
풍부한 경험으로 생각합니다.
딸아이의 바이올린 선생님은 우리가 한국사람이라는것을 알고 나서 제일 먼저 물어본게 한국은 어떤 음식을 먹냐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발표회가 있을때는 호박전 혹은 김밥을 준비해서 간적이 있었습니다.
김밥은 선생님 몫을 따로 남겨놓지 않은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없어졌고, 호박전을 만들어 갔을때
선생님은 남은 것을 집에 가져가서 잘먹었다고 했습니다.
한국 음식을 받아들이는것도 프랑스인의 식성 나름이겠지요. 냄새가 지독스런 마른 오징어를 어떤 한국인은
버젓이 프랑스인과 함께 구워 거리낌없이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할때는 항상 빠지지 않는게 불고기입니다. 그들이 버터에 구워 소스를 첨가하거나 그냥 먹는 스테이크를 얇게 저며 간장에 양념한 불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없는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한번도 한국의 술을 권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막걸리를 마셔본 두 프랑스인의 다른 반응
막걸리를 잘마셨던 조슬린
영국에서 노르망디에 계시는 손차룡 작가님을 뵈러갔을때, 작가님을 후원해주고 있는 프랑스인, 안 사빈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할까 망설이다가 저희가 묵었던곳이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뉴몰든이라,한국 전통주를 준비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식품점에 가보니 선물할만한 전통주가 없더군요.
일단은 떡을 사고, 안 사빈이 좋아한다는 깻잎, 그리고 그럴듯한 전통주 대신으로 생각난게 막걸리였습니다.
나쁘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손작가님 댁에서 지낸 두번째날에 제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돼지갈비찜과 마늘, 고추가루, 젓갈을 듬뿍 넣은 진한 배추 겉절이를 해서는 안사빈과 그녀의 친구,
조슬린과 함께 먹었습니다. 안사빈은 제가 버무린 진한 겉절이를 좋아하더군요. 한국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는 둘러앉아 막걸리 시음 시간을 가졌습니다. 쌀로 만든 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을 두번이나 다녀온 안사빈은 <이건 맛보지 않았다>며 호기심 어린 눈빛이 됩니다.
그런데 조슬린은 막걸리를 보자 별로 맛보고 싶지 않다며 깔깔~거립니다. 막걸리병이 프랑스의 소독용 알콜병과 비슷하다며 그녀는 농담삼아 이야기 합니다. 잔에 막걸리를 따르니 뿌연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이를 보자 조슬린은 세척력 강한 세제 색깔과 똑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옆에서 지켜보던 안 사빈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막걸리를 마셔보더니만 바로 <난 이건 좋지 않아>라고 합니다. 매실주 같은 맑은 술을 좋아하는 안 사빈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맛보고 싶지 않다며 시종일관 깔깔거리던 조슬린은 한모금 마셔보더니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거 꽤 괜찮은데>라고 하더군요.
마셔보기전 태도가 달랐던 두사람의 엇갈린 반응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조슬린은 막걸리 한잔을 포도주 마시듯 홀짝거리며 다 비웠습니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게 좀 아쉽습니다. 분위기에 취해서는 인증샷 남길 생각을 못했던것입니다.
그날 프랑스인들의 또 다른 음주 문화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작가님은 포도주병 서너개를 합쳐 놓은듯한 큰술병을 가져오더군요. 아르마냑이라고 하는데 인근 노르망디 지역에 아르마냑 양조장이 있답니다. 워낙 큰병이라 새로 제작하지 않고 다 마시고 나면 병을 가져가서 술을 받아온다고 합니다.
날짜와 싸인이 빼곡히 적혀있는 아르마냑
그런데 재미있는게 술에 붙은 상표에 마신 사람들이 싸인을 해놓았더군요. 이 집에 와서 아르마냑을 마신 사람들은 날짜를 표기하고 싸인을 한답니다. 그리고 병이 비워져 다시 술을 받으러 갈때는 상표는 떼어내어 수집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수집된 상표를 들여다보면 마치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음주 문화를 알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막걸리를 시음해보게 하고, 아르마냑 댓병에 얽힌 프랑스인들의 음주문화를 알수 있어 즐겁고 유익한 밤이었습니다. 9월 30일 파리에서 막걸리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합니다. 한류열풍 까페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저도 참석할겁니다. <유럽에서의 한류는 K pop을 넘어 K culture로 보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파리 막걸리 컨퍼런스에서 프랑스인들이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시음해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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