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이라 영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파리아줌마 2011. 10. 14. 07:18

언어 자존심 내세우느라 불어 고집하는 프랑스인은 본적이

 

블로그 댓글로 프랑스에서 영어 사용했다가 왕따 당했다,

또는 영어를 쓰니 불친절하게 대했다는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국 언어인, 불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 좀처럼 영어를 쓰지 않는

프랑스인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이곳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선입견과 편견임을 알아차린 

일화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그러기에 그런 댓글들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각자 경험한 것은 

다릅니다만, 저는 같은 프랑스에서 영어를 잘만 사용하는 프랑스인들만

만났더랬습니다. 물론 관광지에 근무하는 이들은 말할것도 없고,

일반 프랑스인들도 영어를 곧 잘 했습니다.

 

하지만 언어 자존심이 강해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건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이런 소문이 나온 근거로는 두가지로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정말 언어 자존심 강한 보수적인 프랑스인들을 본거겠지요. 하지만 이는 옛날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된 불어에 대한 자존심인지, 아니면 영어를 못하기에 자존심 상해서 함구했는지는 모를일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에 여행온 이들이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예의범절면이나 다른 문제가 있어 불친절하게 군 프랑스인들을 불어를 고집하는 이들로 몰아세운 경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래 사람의 관계는 조금만 이해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쉽게 오해가 생겨나곤 하지요. 이런 경우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탓할수 없겠지요.

양측 모두 똑같습니다.

 

자주 영어쓰는 프랑스인들 때문에 성가스러웠던적도 있어

 

선입견이 깨어진 첫번째의 경우는 오래전 한국에서 여행온 여동생과 같은 동네 프랑스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를 붙들고 불어 억양이 강하게 섞인 영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배운 영어를 사용하고 싶어하는듯했습니다. 불어로 이야기 하는게 편하다고 하고는 뭐? 언어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이라고? 싶었던적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불어로 하셔도 돼요[불어로 해야 알아들으니깐] 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는 저의 불어 실력에도 문제가 있다는것이겠지요.

 

이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선배가 있는 프랑스 지방 도시인 뚜르[tours]에, 알고 지내는 언니들이랑 다녀오면서 역에서 기차표를 사는데, 분명 저는 불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직원이 영어로 답해주고 있던것을 어떤 언니가 보고는, 넌 어떻게 말했길래 저사람이 영어로 이야기하게 하니? 하고는 핀잔을 주었던적이 있었습니다.

 

불어 실력 빵빵했고,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언니였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던 20대 중반의 어리버리한 처자였지만 살짝~ 자존심은 상했나 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있는걸 보면요. 불어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던 일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바로 기분 나빴지? 하고는 달래주었던 기억이 오늘에서야 떠오르는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양인 모습을 하고는 어눌한 발음으로 몇마디 내뱉고 나면 여지없이, 캔 유 스피크 인 잉글리쉬하고 물어오던가? 아니면 다짜고짜로 영어로 대답하는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조금 더나아가자면, 나는 한국말은 못해요 라고 하는 프랑스인 때문에 당황스러웠던적도 있었답니다.

[누가 프랑스인들 보고 언어 자존심 강하다고 했던가?]

그래서 잘하는 불어는 아니지만 저는 프랑스인들에게 칭찬을 더러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불어로 이야기할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영어 단어를 불어식으로 발음

 

프랑스인들은 영어 단어를 프랑스식으로 발음을 합니다. 이게 언어 자존심하고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듣고 있으면 좀 우습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유명한 영화인, 이 티[ET]를 불어식으로 발음하면 어 떼가 됩니다. 90년대 이곳에서 티비로 처음 이티를 보았는데, 영화 더빙에 온통 어 떼 합니다. 마지막에 하늘로 올라가는 이티를 소년이 안타까워하면서 어 떼 라고 부르짖는데 적응이 잘 안되더군요. 아는 프랑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스티븐 잡스가 창립한 애플사, 이 애플[apple]을 프랑스에서는 아 쁠이라고 부릅니다. 전 무척 어색한데 딸아이는 아 쁠이 더 자연스럽답니다. 

 

아이말에 의하면 알파벳이 같으니 프랑스식으로 발음하는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프랑스어에는 외래어가 거의 없습니다. 브래지어는 목받침대(soutien-gorges)라고 하고,

쿠킹 호일은 알루미늄, 테이크 아웃은 가져가는 판매(vente à emporter), 컴퓨터도 정리정돈의 의미를 가진 오르디나떼르(ordinateur), 컴퓨터 마우스는 말 그대로 쥐(souris), 아이스크림은 얼음(glace)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느낀 프랑스인들의 언어 자존심은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안하는게 아니고, 이런 단어 하나하나에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나라 언어를 고집스럽게 쓰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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