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사소한 문제에도 정신과 찾는 프랑스인들

파리아줌마 2011. 10. 20. 07:12

예전에 이곳에서 함께 유학하던 친구가 무슨 트라우마처럼

이야기했던것이 있습니다.

 

6살때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려다가 꼭지가 떨어지면서 위로

쏟아올랐다가 손목을 때렸고, 피가 치솟는것을 보면서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고 합니다.

 

친구는 흉터가 남은 손목을 보여주면서, 왜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 치료하려고 하지 이런 일로 다친 정신은 그냥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받은 충격과 상처가 컸던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유학하며 이런 일을 대할때 정신적인 충격까지

치료하려고 드는 프랑스인들을 보고 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로 인해 조금씩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겁니다.

이런 우연한 사고 뿐만 아니라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 같은 안좋은 것들로 인해  

정상인을 이상한 사람 대하듯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내가 보는 이상한 사람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것도 생각해야될것입니다.

 

이런 정신은 집안의 풍습으로 인한 것일수도 있겠고, 관계에서 받은 상처, 또한 친구와 같이 사고로 인해올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나약한 인간은 스스로를 옭아 매어 놓을수밖에 없을것입니다.

 

사고 나면 바로 심리실 설치

 

이곳에 살면서 인상적이었던들 중의 하나가 인명 피해가 있는 사고가 나면 바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심리실부터 설치를 합니다. 뉴스에서 사고 현장 소식을 전해주는 리포터는 심리실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자막으로도 나옵니다. 다친 이들은 병원으로 옮기고, 주위에서 사건을 목격한 이들, 그리고 사망하거나, 다친 가족들을 위해서 심리실에서 정신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마다 심리학 교사가 있습니다.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프랑스의 여러 면에 대해 알아보면서 느낀것은 프랑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철학과 문학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삶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은 사회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프랑스 친구 까린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의붓 아버지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친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 현재 부인과 재산 문제까지 휘말려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감정들로 괴로워하는것을 보았습니다. 까린이 괴로워해서 그런지 딸아이가 우울해 한다고 하더니만 바로 정신과 상담을 받더라고요.

 

또한 다른 프랑스 친구도 큰딸과 사이가 안좋다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했고, 큰 아이의 중학교때 짝도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매주 정신과 의사를 보러간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때 별일 아닌걸로 유난 떤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저 자신조차 편견이 전혀 없었다고도 할수 없고, 정신과 상담이라는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신과 상담이라는게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울해 하는 이유를 밝혀주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죽박죽된 서류들을 날짜별로, 혹은 다른 기준으로 정리하는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정리를 할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정신과 상담이라는게 이런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도 모르던 자신을 상담을 통해 알고 이해하면서 치유가 될수도 있겠지요.

 

이곳은 정신과를 찾는것에 대한 편견이 없기에 자연스러운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심리학 교사가 있듯이, 시나 여러 단체를 통해 어렵잖게 정신과 상담을 받을수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psychologies잡지 표지

 

 

심리학 잡지가 인기

 

제가 보기에 사소한 문제에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프랑스인들이라 그런지 요즘은 심리학 잡지마저 인기 있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거리를 다니다 보면 심리학[psychologies]이라는 잡지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보통 심리학이라면 전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대중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마리 클레르나 엘르 같은 잡지가 아닌 전문학 잡지로 분류되고 있었지만, 올해만 해도 3십 5만부가 팔려 현재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잘나가고 있답니다. 1970년에 창간되어 2005년에는 다른 나라들로 수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잡지는 여성잡지로 <자신을 잘 아는것이, 상대를 아는길이며, 자신을 더 사랑하는것이 상대를 사랑하는것>이라는 모토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잡지에는 연예인 이야기 하나 없고, 보통 사람들을 출연시키던가, 아님 신경학자. 정신과 의사들이 등장했고, 여배우를 출연시키더라도 정신과 상담받고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심리잡지라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깊은 글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4명정도의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글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커플의 성관계 이야기도 많았는데 심리학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의 대중적인 접근이라고 하면 될것 같더군요.

 

정신과 상담을 많이 받고 있고, 심리학 잡지가 인기가 있다는게 스트레스 많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사고가 나면 심리실부터 설치하는것을 보더라도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사람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려는 프랑스인들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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