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트위터를 통해 안 분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봄부터 한번 만나고자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지금 만나게
되었습니다. 트위터라는 온라인상에 뵙던 분을 직접 만나면
어떨지 약간 설레임을 가지며 약속 장소로 갔었는데,
선배 언니를 만난것처럼 좋은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분이 요즘 트위터에는 서울 시장 선거 이야기가 많다고 하며,
자연스레 프랑스 정치인들 이야기가 나왔더랬지요, 그러면서
파리 시장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분을 통해 알수 있었습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그간 제가 알고 있는 파리 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ë]는
사회당인 좌파 정치인으로 파리시의 야심찬 녹색혁명인,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Vélib]을 도입해서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동성애자라고 합니다. 그분은 그건 워낙 잘알려진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모르고 있었던겁니다. 그러면서 그분 말씀이 프랑스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지만,
시민들은 사생활과 정치를 철저히 분리해서 본다고 합니다. 저 또한 무척 공감했었지요.
그분과 그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고 너무 상대 후보를 헐뜯는 행태 때문이었습니다.
동성애자가 선거에 나온다면 아마 우리나라라면 난리가 났을거라고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2001년에 파리시장에 선출되어, 2008년 재선되면서10년째 파리 시장직을 맡고 있는 베르트랑 드라노에는 1998년 프랑스 민영방송국인 M6 프로그램에 출연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리고 2001년 파리 시장직에 49, 63%의 득표로 승리했습니다. 당시 파리 코뮨 이후 백여년만에 좌파가 파리 시장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파리 시민을 감동시킨건, 그가 내뱉은 단 한마디, 파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시장이 되려합니다 와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던것처럼 용기와 가식없는 진솔함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정치인이 커밍아웃하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그이후 그의 인기는 치솟았고, 같은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동성애자인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를 숨기지 않고 밝히는 용기와 진솔함이 파리시장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던거지요. 이게 파리 시민들의 의식이었습니다. 어떤 다른 후보가 그가 동성애자라고 공격하면 그 발언으로 인해 무시당하는게 이곳의 분위기입니다.
들라노에는 유세를 벌이면서도 상대를 비난하며 어부지리를 챙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파리시의 투명한 예산 집행을 실시하기 위해 독립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제시했으며,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전기 자동차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파리시 외곽에 배기 가스 배출이 적은 전차를 운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정치인들처럼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희망을 던져 준 것이었습니다.
왜 정책외것들로 네거티브 공세를 할까?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상대 후보의 어린시절뿐만 아니라, 학적까지 의심하며 캐내고, 아이의 장애가 선거운동에 왈가왈부되는 상황을 보고 있으려니 민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가장 안타깝고 답답했던게 그런게 먹혀들어가는 풍조라는거지요. 상대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는게 아닌, 티끌 하나라도 들추내어 공격하면 시민들이 그쪽으로 쏠린다 싶으니깐 그러겠지요. 저는 그런 정치인들 보다는 그런 것들을 믿는 시민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는 마치 누가 나의 험담을 하더라며 이야기해주면, 그렇게 고자질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앞서 말한 내용에만 꽂혀 험담한 사람만 물고 늘어지는격입니다. 내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이상 그가 무슨 이야기했는지는 모릅니다. 이런 의심은 필요한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가고 나서, 아는 한인 엄마와 이야기하는데, 잘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해먹었으니 그랬겠지 라고 하더군요. 숨이 목까지 차올라 말을 그만했던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많겠구나 싶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어느 나라나 권력욕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치인들이 잘나서 그런게 아닙니다. 그들이 정치 욕심에 사로 잡히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한다는것을 압니다. 시민들의 의식이 정치인들을 함부로 못하게 하는것입니다.
이렇듯 시민들의 올바른 의식은 선거판의 부정적인 행태는 없앨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선거때 마다 그래왔던 모습이지만 이젠 좀 바뀌었야겠지요. 상대 후보의 티끌을 끄집어내서 헐뜯을때 시민들이 그 내용보다는 그들의 의도를 파악한다는것을 안다면 더이상 그러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
'파리의 한국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인들은 왜 그렇게 시위를 많이 할까? (0) | 2011.11.03 |
---|---|
외국어 단어 많은 한국말 알아듣기 힘들어 (0) | 2011.10.28 |
외국에서 오래산 남자의 이상한 한국 사랑 (0) | 2011.10.21 |
사소한 문제에도 정신과 찾는 프랑스인들 (0) | 2011.10.20 |
프랑스 초등학교 급식하는데 가보니 (1) | 2011.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