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외국에서 오래산 남자의 이상한 한국 사랑

파리아줌마 2011. 10. 21. 07:05

충청도 출신으로 팔자 걸음을 걷는 어떤 남자가 프랑스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는 처음 2년 동안 프랑스 지방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한번도 먹지 않고도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파리로 상경한 어느날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고는 속이 심하게 놀랐는지 그부분이 헐정도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로서 프랑스 여인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포도주를 사랑하며, 프랑스인의 똘레랑스 정신을 존중했던

그는 결국은 다혈질의 경상도 처녀와 결혼을 해서 파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성질 급한 그의 장인 어른은 사위와 통화하려면 국제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올수 밖에 없다며 그의 느린 말투를 빗대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얼마후 그와 꼭 빼닮은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자녀 사랑은 무척이나 요란스러웠습니다. 저녁 모임이 있을때 아이와 떨어지기 싫어 외출하고 싶지 않다면서 억지로 나섰다가 다시 들어와 아이를 한번 더 안아 보고 나가곤 했습니다. 여자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라도 그날은 일찍 들어오리라 생각했는데 착각일뿐이었습니다.

 

어느날 막 자박자박 걸어 다니는 딸아이에게 팬티를 입히던 남자는 아이에게 꽉 끼는 속옷을 사입힌다고 뭐라뭐라 그러길래

다가가 보니, 팬티의 허리 들어갈 부분을 한쪽 다리에 끼우고, 다리 들어가는 부분을 허리로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그때 그남자의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진작 알았어야 했습니다.

 

그남자가 프랑스에서 태어난 딸에게 주장하는것은 한국말, 한국 남자, 한국 국적

 

아이가 자라 유치원에 들어가고 난뒤 여자는 음악이나, 미술, 발레등 소질 개발해 줄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자는 무조건 한글 학교에 보내야 된다고 했습니다. 남자에게는 음악이나 미술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외국에서 자라는 딸아이가 한국말 못할까 그것만이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여자 또한 아이 한글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터라 수요일 오후 시간을 모두 비우고 아이를 오리반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요즘 작은 아이가 집에서 불어를 자주 쓰고 있다며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여자도 이부분까지는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답니다.

 

애지중지하던 딸아이는 어느덧 자라 사춘기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아이의 미래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어느날 난데없이 대학 공부는 한국에서 하자고 합니다. 딸도 여자도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그남자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게 해야된다고  여자에게만 말했습니다. 프랑스인 사돈과  김치앞에 놓고 식사하며, 불어 잘 못알아 들어 빠르동?, 빠르동?[pardon]한다면 좀 그렇지 않냐고 합니다.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여자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교육적인 무엇이 있는게 아닌 오로지 한국남자를 만나게 해야된다는 일념으로 아이를 한국으로 대학을 보내겠다고 했던것입니다. 기가 막힌 여자는 이 사실을 한인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토하듯 이야기하니 그런 한국 남자가 또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유를 안 딸아이는 대학가기 위해 한국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딸은 머지않아 대학입시를 보게 됩니다. 부모의 국적이 한국인이기에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당연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 있으면 대학입시볼때 여러 복잡한 일들을 해결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주위에 있는 한인들이 그랬듯이, 아이의 프랑스 국적을 신청하려고 남자와 상의했습니다. 남자는 그건 안된다고 합니다. 국적을 바꿀수는 없다고 합니다. 여자도 싫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여자에게는 국적보다 아이가 받을 복잡하고 불편한 상황이 더 싫었던것입니다. 아마 어느날 여자는 남자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 국적을 신청하러 갈것입니다.

 

머리커진 아이는 남자의 이상한 애국심을 이미 알아차렸습니다. 지난해 월드컵때 에펠탑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한국과 우루과이전을 함께 보았는데 한국이 지고 나니 남자의 안색은 심하게 좋지 않더랍니다. 딸아이는 이해할수가 없었답니다. 어린 동생이 아빠에게 울었냐고 물어보니 울뻔했다고 대답하더랍니다.

 

삼성 갤럭시폰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아이들에게는 삼성이 한국 제품이라 선택했다고 했는데, 여자가 볼때는 아이폰보다 싸니깐 구입한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남자 갤럭시폰을 핸드폰으로밖에 사용하지 않길래 여자에게 넘기라고 하니 펄쩍~ 뛰었습니다.

누군가가 이런것을 보고 위신 세우느라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그말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위에 열거한 모든것들은 그냥 주장일뿐이었습니다. 행동으로 옮긴것이 하나도 없다는겁니다.

 

국제 결혼 좋다고 했다가 오로지 한국 남자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딸을 한국으로 대학 보내겠다고 하고, 처음에는 한국 음식 안먹어도 별문제 없다가 요즘은 국물 없으면 밥먹기 힘들어하고, 김치가 남아있는데도 김치거리를 사가지고 오는 남자로 변해 버렸습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덕분인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그 남자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팔자 걸음으로 파리 거리를 오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