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외국어 단어 많은 한국말 알아듣기 힘들어

파리아줌마 2011. 10. 28. 07:38

2004년쯤이었던것 같습니다. 집에 인터넷이 들어오고 한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한국 드라마를 다운 받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것 같았습니다.

 

드라마속에 나오는 한국거리만 보아도 엄마의 품속에 들어가

있는듯했습니다. 한 몇년간은 한풀이하듯 한국 드라마에 빠져지냈습니다.

인터넷 보급은 저같이 외국에 나가 사는 동포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한인 엄마는 예전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거라며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한국을 떠나온지 15년만에 인터넷으로 생생한 한국의 기사와 글들을

접하며 둔한 통증처럼 느껴지던게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을 떠나온지 너무 오래되어 실정을 몰라서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식해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글속에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많은 외국어 단어들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때부터 알았던 외국어들이야 익숙하지만서도 새로운 외국어들이 해마다 등장하는것 같습니다.

검색으로 찾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곰곰히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하기에는 한국말에 넘쳐나는 외국어 단어가 너무 많아 좀 억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한국말로 적어놓으면 아냐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외국어보다는 이해하기 쉽겠지요.

 

2년전에 한국에 갔을때 친구가 스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군요. 당시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가 어려운 단어를 쓰며 이야기하는것입니다. 나중에서야 그게 어떤 뜻이었는지 알아차릴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살때는 그런 단어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발전되고 다양화된 사회라 그런거겠지요. 발전한만큼 외국어 단어들도 늘어난것 같습니다. 

 

한국말을 사랑합시다 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닙니다. 외국에 오래산 저 같은 사람이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그러는겁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겁니다. 인프라, 싱크로율, 피드백 등등 전 아직도 무슨 뜻인지

잘모릅니다. 팩트는 한참을 생각해 보고는 어떤 의미인지 알았더랬습니다.  아마 제가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살았더라면 쉽게 이해했을겁니다.

 

저 또한 블로그 글에서 외국어 많이 씁니다. 일단은 포스팅이라는 외국어, 그리고 얼마전에는 네거티브라는

제목을 쓰기도 했습니다. 포스팅이라는 말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블로거들이 자주 쓰기는 하던데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이런 저런 글을 읽고나니 감이 좀 잡히더군요, 그런데 한국말을 쓰려고 해도 딱히 적합한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네거티브를 한국말로 옮겨보려고 잠시 궁리를 했습니다. 비난, 부정이란 뜻인데 한국말을 쓰면 뜻이 정확하게 전달될것 같지 않더군요. 이런 외국어는 한국말화된 외래어 같습니다. 

 

외래어화된 외국어, 아이스크림이 한국말?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국어처럼 느껴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외래어는 상당히 우리말처럼 느껴져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없는 말, 즉'신문, 교실'과 같은 한자어나 '빵, 담배'와 같은 말이라고 하고요, 외국어는 '댄스, 레스토랑'과 같이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람들이 쓰는 외국어는 국어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의 외래어화된 것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한국말에 외국어 단어가 많다던 큰아이는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프랑스인 친구에게 아이스크림 같은 말은 자막 없이도 알수 들을수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친구는 이미 알아 들었더랍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한국말 할줄 안다면서 하는 말이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더랍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때 한국 연예인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피처링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오길래 아직 한국말을 많이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한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를 읽거나, 트위터 글을 읽을때도 뜻 모를 생소한 외국어 단어가 나오면 그다음은 읽기 힘들어지더군요. 그런데 그것들이 점점 더 생겨나는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외국어 섞어 말하면 왠지 그럴듯해 보이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외국 문화 혹은 그옛날 외국에 나갔다가 이상한 겉멋만 들어 온 사람들의 영향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다녀왔다고 하면서 한국말 더듬는것처럼요. 물론 오랜 시간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을것입니다.

 

라이벌이라고 하면 세련되어 보이고 경쟁자라고 하면 없어보이는 느낌을 주는건 오래된 사회인식인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우리 사회에 버금가게 외국어 단어가 난무하고 있는듯한데요, 프랑스에서 오래산 저같은 사람은 이런 단어가 섞인 글은 이해하기가 힘들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