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누가 프랑스인을 개인주의적이라고 했던가

파리아줌마 2011. 10. 24. 06:59

개인주의 타파 외치며 이웃축제 만든, 

아타나스 페리팡[Atanase Périfan]씨를 만나다

 

몇달 전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모라디오 피디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취재를

하는데 알아 봐줄수 있냐고 해서 응했습니다.

 

피디님이 인터뷰 하기를 원하는 이는 프랑스에서 이웃 축제를 창시한

아나타스 페리팡[Atanase Périfan]씨였습니다. 그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몇년전 프랑스 통신사 기사에 실린 이웃 축제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막연히 알았던 분을 이번 기회에 만날수 있어

아주 반가웠답니다.

 

피디님이 기획하는 방송의 취지는 요즘 한국에서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어

면서 한부모가족, 조손 가족, 입양가족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안에서 가족의 힘을

찾고자 하는것이랍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들이 지역 공동체와 어떤 연관 관계속에

있는지를 해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것이라고 합니다.

 

페리팡씨는 프랑스 집권 우파인 UMP당의 의원으로 파리 17구에서 가족과 연대담당하는 시장 보좌관으로 있었고, 그는 이웃 축제 창시자로 프랑스에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인근 연대 유럽 연합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10월이 중순으로 접어드는 어느 월요일 개선문 근처에 있는 페리팡씨 사무실을 피디님과 함께 찾았습니다.

검은 폴로티에 짧은 바지를 입은 그를 보는 순간 조금 놀랬더랬습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을 상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인도 차림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그는 막 바캉스에서 돌아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통역을 해야되는 저에게는 긴장 완화에 더불어 편안하게 다가오더군요.

 

 

                                                                                           파리17구 시장 보좌관이자, 이웃축제 창시자인 페리팡씨

 

그가 만든 이웃 축제는 시청 주최로 이루어지는데, 2000년에 시작되어 2003년에는 유럽으로 퍼져나갔으며, 2007년부터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어, 35개국의 1천 4백개의 시에서 같은날에 축제가 열려, 올해는 1천 2백만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웃 축제를 만든 동기는 어느날 아파트에서 사망한지 3개월이 된 노인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바로 옆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혼자 죽어가도 모를 수가 있을까 싶어 구상한게 이웃축제였답니다.

 

모든일에 처음은 힘들기 마련이지요. 첫 이웃 축제때 동네를 벽보 붙이고, 우체통에 전단지 넣었답니다. 그리고 첫날 아파트 한구석에 테이블 가져다 놓고 오렌지 쥬스 한잔들고는 혼자 한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꽤 지나고나서 몇 사람들이 오고, 좀더 지나니 더많은 이들이 모여들면서 밤 11시가 지났는데로 헤어질 생각을 안하더랍니다. 그는 축제라고 해서 그리 복잡하고, 거창할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냥 아파트 한구석에 테이블 하나 놓고 각자 마실것이나, 먹을것 준비해서 함께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웃 축제는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차가 다니는 도로를 차단하고 거리 한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이웃들이 함께 하는것을 보았습니다.  매년 하루를 정해서 하는것인데요, 내년에는 6월 1일에 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웃 축제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물어보니,,

 

이웃 축제를 통해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약한 노인이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홀로사는 남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웃 축제가 있고 9개월뒤 아기가 태어났다며 아이 사진을 보내오는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페리팡씨는 일년에 하루있는 이웃 축제는 하나의 형식일뿐이고, 일년 내내 이웃간의 소통을 위해 이웃 연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 바캉스를 떠나고 나면 이웃의 남겨진 반려동물들에게 밥을 주기도 하고, 약한 노인을 보살피는 일들을 주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멀리서 찾을게 아닌 바로 가까운 이웃들끼리 이런 도움을 주고 받으면 된다는거지요. 그리고 장애인이든, 실업자든, 아무리 약하고 문제 있는 이들도 그들이 건네줄수 있는게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서로 주고 받을수 있도록 한다고요~

 

행복은 물질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찾을수 있어

 

페리팡씨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힘들고 복잡하냐고 합니다. 특히 언론에서 사건 사고만 보도하니 사람들은 점점더 움츠려 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무겁게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어떤 여인에게 함께 들어주려고 해도 빼앗으려는줄 안다고 했습니다. 그는 행복은 물질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찾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관계가 폐쇄적이고 경계하게 되면 절대로 관대해질수 없다고 했습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는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럼 그가 생각하는 가정은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결혼해서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페리팡씨에게 가정이란 자연적으로 생성된 연대관계로 행복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는 더 빨리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부부라지만 상대의 수천개 되는 세포를 어떻게 이해할수 있냐고 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서 살아가야된다고 하더군요.

 

피디님께서 한국의 가족을 식구라고, 즉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이 있다고 하니깐 페리팡씨는 그 의미가 너무 좋다고 합니다. 그는 워낙 일이 많아서 좋은 남편은 못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약속 중간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 등하교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본인의 사무실에 데리고 오기도 한답니다. 그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아빠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합니다. 17살과 15살인 위의 두딸은 아빠와 함께 남친이야기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시청에서 결혼식 주례를 맡고 있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주례 마지막에 신랑에게 항상 잊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아내는 완벽하고, 항상 옳다는것을 명심하라 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웃었답니다. 어찌 아내가 완벽하고 항상 옳을수 있겠습니까만은 적어도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게 지혜로울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페리팡씨는 아주 지혜로운 남자였습니다.

 

가족과 정부, 지자체 그리고 이웃

 

페리팡씨가 생각하는 연대는 3가지로 볼수 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가족, 두번째는 정부, 지자체 그리고 앞의 두가지를 보충할수 있는게 바로 이웃간의 연대라고 합니다.

가족은 이웃에 둘러싸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것입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내는 완벽하고~라는 주례사는 인상적이었고요. 그는 이웃 축제를 한국에도 보급하고 싶어했습니다. 피디님 말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지역 특산물 축제는 많아도 이런 인간관계 행사는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도 이웃축제가 생기면 좋을것 같습니다. 

 

페리팡씨는 아주 열려 있었고,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누가 프랑스인을 개인주의적이라고 했던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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