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노르망디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도시와 시골의
인심이 다르다고 합니다. 파리는 각박한 개인주의고,
노르망디만해도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제가 대꾸하기를 그래도 당신네들 시위때 연대감은 대단한것
같더라니깐 고개 끄덕이며 하는 말이 우리는 혁명을
겪었기에 무슨일만 있으면 항상 시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7,8월 기나긴 휴가철이 지나고 9월이 되어 학교들이 개학을 하고,
공무원들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바로 하는게 시위와
파업입니다. 작년에는 개학하는 날에 교사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은 특히 연금법 개혁 반대 파업과 시위로
프랑스가 꽤 시끄러웠죠.
봄과 가을은 거리로 나서기도 나쁘지 않은 날씨라 그런지 그간 미루어 두었던 데모를 몰아서 하는듯합니다.
올해는 9월에 교사들이 일자리 삭감에 대항해 대대적인 파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업자들과 퇴직자들의 시위, 슬럿 워크까지 9월과 10월 주말의 파리 거리는 시위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저 또한 외출했다가 우연히 파리 시청 직원들의 풍선 시위를 보기도 했었고요.
11월 3일과 4일 프랑스 남부 지방인 깐[Canne]에서 있을 G20을 앞두고 은근 휴양도시인 니스[Nice]에서 G20에 반대한 대대적인 시위가 1일에 있었다고 합니다.
부조리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알기에 거리로 나서는 프랑스인들
실업자들이 생방송중인 프로에 난입을 해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휴가를 떠나지 못한 파리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파리 인공 해변에서 시위를 하며, 가을이 다가오니 또다시 거리로 나서는, 한국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프랑스입니다.
실업자들이 시위를 하며 사람들에게 호소하는것은 그들의 문제가 단지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인것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게 책임지라는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들의 실업이 개인적인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는 할수 없을것입니다.
이런 시위뿐만 아니라 성범죄로 희생당한 이가 있으면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몇천명이 모여 침묵 시위를 벌입니다. 이는 치안을 소홀히 한 공권력을 향한 주장입니다.
자유로운 표현의 한 방법인 시위라 막지도 못하고 이럴때마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불편할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프랑스 사회는 변화 발전되어 왔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왕정을 무너뜨렸고, 혁명이후 백년뒤에 있었던 보불 전쟁에서 패한뒤 정부의 무능함에 민중이 들고 일어났던 파리코뮌은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의 효시가 되었으며, 68혁명을 통해 여권이 신장되었고, 대학이 평준화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프랑스를 지배하는 이들이 무서워하고 불편해 했던건 민중이었습니다. 이에 부의 편중을 막고 함께 어우려져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형마트에 진입해서 동네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치킨과 피자매장 같은것은 프랑스에서는 엄두도 못낼일입니다. 어떤 지역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동네 매장들을 위해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얼마전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파리의 아파트들을 시에서 매입해서 개인에게 팔고 있답니다. 부동산 투기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지난 여름 적자에 허덕이는 나라를 위해 프랑스 부자들 16명이 성명서를 내고 부자세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그중 어떤 부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런 기부세만으로 해결되겠냐고 하더군요.
가난과 실업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장 그런 구조를 바꿀수 없기에 일단은 개개인이 노력하는수밖에 없겠지요. 사회의 모든 부조리는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프랑스인들의 시위는 계속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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