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파리에서 이웃 개의치 않고 청국장 끓여먹게 되기까지

파리아줌마 2011. 11. 11. 08:35

얼마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느날 냄새 독특한 한국 음식을 전혀

이웃 신경쓰지 않고 끓여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리고 난뒤 지난주에 어떤 블로거가 방명록에 긴글을 남겼습니다.

예전에 기차에서 동남아인을 만났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더랍니다.

보는 앞에서 문을 열수도 없고 해서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어떤 식당에서

태국식 피자를 시켰는데 그때의 냄새가 나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나라 식문화에 관련된 체취였다는거지요.

그러면서 파리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끓여먹으면 프랑스인에게

우리 음식의 체취가 날텐데 어땠는지 궁금하다는 글이었습니다.  

 

충분히 궁금해 할 부분일것 같았습니다. 너무 오래된 외국생활이라 그런

부분은 완전히 무디어져 있었는데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처음 파리 생활할때 저 또한 꽤 신경썼던것입니다.

선배 언니가 한국 음식 먹고나면 며칠동안 자신의 몸에 나는 냄새가 느껴질때도 있다고 하더군요.

프랑스인들과 뺨 맞대는 인사도 하고 지내곤 하는데 당시 깔끔 떠는 처녀들에게는 당연히 걱정스러울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쓰잘떼기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파리의 한국 식품점이 귀해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유학생들에게 한국 음식 먹는날은 잔칫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구장창 한국 음식만 먹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인 만나는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물론 처녀와 아줌마의 차이일수도 있을겁니다.

 

현재 파리에 한국식당이 백개 정도 됩니다. 대부분 현지인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식도 이곳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랍니다. 불고기는 순하고 맵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먹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거지요.

 

지난주 파리의 어떤 한식당에서 매운 짬봉을 면만 건져서 먹는 프랑스인 커플을 보았습니다. 매워서 그런지 얼굴이 벌개져서는 맛있게 먹고 있더군요. 그런데 딴지를 걸자면 파리에 있는 한식당이라 프랑스인 입맛에 맞게 순하게 요리한것이라는거지요. 그럼 꼬리한 냄새나는 우리의 토속적인 음식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프랑스인들과 함께 식사할때.

                                                 겉절이, 김, 산사춘 그리고 까나페, 바게트, 포도주의 조화라고나 할까~ 

 

찌개 끓이며 실질적으로 쫄았던적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인과 국제 결혼한 한국인 친구는 집에서 전혀 한식을 먹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어느날 밖에서 만났다가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한국찌개를 끓여주었습니다. 당시 생각난게 부대찌개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김치통에 남은 국물과 찌꺼기 모두 부어,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어 프랭크 쏘세지와 갖은 야채를 넣고 끓였습니다.

 

젓갈 많이 넣어 담았던 김치였는지 냄새가 거시기 하더군요. 친구만 먹일려고 했는데 프랑스인 남편이 직장을 마치고 어린 아들과 친구를 데리러 왔던것입니다. 집안 가득 퍼져 있는,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신경이 제법 쓰였지만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밥한그릇에 부대찌개라고 할수도 없는 멀건 부대국만 달랑 주었더랬습니다. 워낙 말없고 점쟎은 사람이라 조용히 먹더군요.

 

그리고 나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그 남편은 너무 맛있었다며 한국 반찬 가게에 가서 김치를 사서는 손수 부대 찌개를 끓였다고 합니다. 생선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멸치와 다시마를 이용한 시원한 국물맛을 알았던것입니다.

 

이곳에 살면서 한국 음식의 냄새가 문제가 되었던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호기심 가지고 맛보려고 하는 프랑스인들이지요. 다른 문화를 접하는것을 즐기는 이들이니까요.

 

손차룡 작가님이 계신 노르망디에서 하룻밤 지내고 올때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남편과 작가님,이 두 한국남자는

라면을 끓이고 있습니다. 지난밤에 남은 겉절이와 함께 먹겠다는겁니다. 작가님 아뜰리에는 라면과 젓갈 듬뿍 넣은 겉절이 냄새로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옆에는 프랑스인 안사빈의 남편과 딸 내외가 조용히 럭비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안쪽에 있던 안사빈은 손으로 코를 움켜잡고 나옵니다. 그런데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습니다.

다들 함께 따라 웃었더랬습니다. 냄새가 싫어 코를 막고 나왔지만 어떠한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 두 한국남자는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굳건히 그리고 천천히, 도란도란 이야기까지 해가며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청국장 같은 좋은 음식은 없어서 못먹습니다. 남편이 한국식품점에서 냉동된 청국장을 사와서 김치와 두부 넣고 끓여먹었는데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 아쉬웠답니다.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찌개 끓일때는 환기를 위해 창문까지 열어 두곤 하지요.

 

한국 음식으로 인한 우리만의 독특한 체취가 있다면 프랑스인에게도 그들 음식으로 인한 체취가 있습니다.

다름의 하나로 받아들이는거지요. 아무리 프랑스에 산다지만 행정적이고, 법적인 것이 아닌 이런 식문화는

방해받지도 않거니와, 하지도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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