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김정일 사망 소식으로 전세계가 들끓을때 한국 언론이 뒤로
덮은 문제들중 개인적으로 가장 경각심을 늦추고 싶지 않았던게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재판이었습니다.
지난 몇개월 동안 나꼼수가 가져온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정치를 싫어했던
여성은 나꼼수는 웃기고 재미있다며 들었고, 정치를 복잡하고, 어렵게
여겼던 이들은 쉽고 친근하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관심으로
윗사람들의 통치 욕심에 제물이 되어선 안되는 일이지요. 이것이
제가 나꼼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방송은 처음 몇회만 들었습니다.
연신 낄낄깔깔~ 거리며 진행하는 방송에서는 지금 언론이 담당하지 못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는 이들의 소신과
철학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그들도 각오는 했겠지요. 그리고 오늘[22일] 정봉주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몽구님의 동영상을 보고는 잠시 눈물 지으며 분노에 떨다가, 한국 사법부의 찌질함에 정말 창피스러워지더군요. 우리보다 앞서 어려운 과정을 거친 프랑스에서 보고 듣고 느낀게 많아서입니다.
저는 정봉주 전 의원이 폭로한 사건의 진실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걸고 넘어지고 싶은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밀착되어 있는 대법원입니다.
사법부가 정권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는 프랑스에서어떻게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지 여러가지 일들을 보아왔습니다.
판사들이 대통령 발언에 발끈해서 법정 문을 닫고 파업하고, 허위 사실 유포가 지적 소유권 침해로 적용될수도
있으며, 풍자 신문의 비리 폭로로 정치 생명이 끊어지는 나라, 프랑스에서 제가 본 한국 대법원의 작태는 정말
쪽~ 팔립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신의 비리를 조사하던 기자들에 대한 사찰은 은밀히 시킬지언정 이런저런 구실 들이대며
법정으로 가져갈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봤자 사법부는 언론의 자유를 들이대거나, 대통령이 지시한 사찰만을 물고 늘어질테니깐요. 공정해야될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하지는 않는곳이지요.
나꼼수를 보며 우리나라의 정치 풍자 방송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권이건 정치인들의 비판은 있어야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딱딱하고 건조한것이 아닌 해학과 유머를 가미한다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수 있으리라 봅니다.
파리의 거리나 지하철안에서 시민들이 펼쳐들고 읽고 있는 신문은 대부분 풍자 신문인 까나르 앙세네[Canard Enchaîné]지로, 사르코지가 기자 사찰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신문이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을 뒷조사 해서 비리를 캐고 폭로하는 이 신문은 광고하나 없이 판매수익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90명이나 되는 기자들의 월급 봉투는 두둑하답니다.
풍자 신문은 정치인들을 곤란하게는 할지언정 그들로부터 도리어 호응을 받고 있으며, 사찰 지시 폭로에서 대통령은 그신문의 <전통>이라며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이 이 신문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면 비리를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시민들이 알아야될 권리를 아주 재미있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정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알아야되고, 때로는 분노하고, 필요하면 참여해야될것입니다.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정봉주 의원의 영향력에 두려워진것과 더불어 그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거겠지요. 공권력이 힘이 되어 애먼 사람을 칠때는 법을 어긴 살인 강도보다 더 잔인하고 야비하다는걸 알아야될것입니다. 대법원이 정 전 의원의 입을 막고, 운신의 폭은 막았어도 흐르는 역사를 거스릴수는 없을것입니다.
몽구님 동영상에서 본 최재천 의원의 말씀으로 글을 마칩니다.
...폭압적인 재판에 대해 속죄하는것으로 대신 가있는건데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저희들이 정치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 역사의 법정에서, 치밀한 절차를 통해 가까운 시일내에 무죄를 받으리라
확신합니다. 힘 내십시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다 우리탓이죠.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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