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경제 위기속에 보낸 프랑스의 성탄절

파리아줌마 2011. 12. 27. 08:22

12월초였습니다.

오랜 만에 찾아온 감기 몸살로 힘들어 하던 와중에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칠 일이 있었습니다. 인근 약국에서 약을 사고, 연말의 화려한

거리를 상상하며 들어섰는데 왠걸요, 훌라후프같은 둥글고 밋밋한 불빛이

무심하게 가로수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안예쁘다며 실망하는 탄식을 들으며  힘들어서 무슨 말은

못했지만 무척 공감되었더랬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 불빛은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여 파리를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꼭 한번 찾고 싶은

명소가 됩니다. 2킬로 이상을 늘어선 가로수에 달린 화려한 조명에

눈내리듯이 불빛이 흘러내리면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런 불빛이 올해는 컨셉을 달리했습니다.

 

겨우 미치는 생각이 경제 위기더군요. 아무렴 그래도 그렇지 도시미관을 위해 간판조차 엄격히 통제하는 

파리에서 경제위기로 샹젤리제 거리의 연말 불빛을 희생시킨다는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불빛 컨셉으로 장식된 2011 연말 샹젤리제 거리

 

알고보니 2년전부터 준비한것이었더군요. 여러건이 제안되었지만 벨기에의 어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던것이랍니다. 경제 위기를 겨냥한것이라기 보다는 절전과 나무 보호를 위해 둥근 조명을 장식한것, 일명 The Tree Rings라고 부른답니다. 이 링나무 컨셉은 2015년까지 샹젤리제 거리의 연말을 장식할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경제위기라도 프랑스인들이 가졌던 전통은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프랑스 가정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은 크게 영향받지 않아

 

극심한 경제 위기로 연일 신용등급 하락 위기속에 있는 프랑스에도 어느덧 성탄절이 찾아왔습니다. 서양인들에게는 우리의 명절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랑스 여론 조사 기관과 언론 매체들의 관심은

프랑스인이 올 성탄절에 허리띠를 얼마나 졸라 매겠느냐하는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영향을 무시할수는 없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파리시내는 연일 도로 정체 현상이 심했고, 지하철을 타면 선물 꾸러기를 든 파리시민들의 모습을 자주 보곤했습니다. 이에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프랑스인들의 성탄절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것이라고 했습니다.

 

프랑스 가정이 성탄절에 들이는 비용이 평균 484유로[8십만원 상당]이라고 합니다. 이 액수중 339유로는 선물로 나가고, 나머지 145유로는 축제 준비로 사용하게 된답니다. 성탄절 선물이 가지는 비중은 무시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퇴직자들이 가장 많은 700유로[백만원 상당]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녀와 손주들 선물 비용으로 아낌없이 쓰는거겠지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참 여유롭고 풍요로와 보입니다. 퇴직하고 나서 그동안 할수 없었던 취미활동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프랑스인들 두명중 한명은 지난해에 비해 성탄절 예산을 줄일것이라고 했다는데요, 경제 위기는 항상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중됩니다. 예산을 덜들이겠다고 한 45%들중의 60%가 저소득층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기대하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53%로, 성탄절 선물의 으뜸이었답니다.

 

파리 외곽 지역, 파리로 쇼핑가는 주민들을 잡아라

 

비록 여론 조사를 통해 올해 성탄절을 맞이하는 프랑스인들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 한쪽 구석에 저촉받는 부분이 없을수는 없겠지요. 파리에서 20킬로 떨어진 Sucy-en-Brie란 곳도 겉으로 보이기에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 성탄절 풍경이었답니다.

 

시청앞 불빛은 약간 줄였고, 시내 중심가에 임시 야외 스케이장이 개장되어 예년과 다름없이 손님들을 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달전부터 이 지역 상업 연합회는 힘들것으로 예상된 연말 장사를 위해, 대도시의 유혹에 빠져 파리로 쇼핑가는 주민들을 잡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지역 상인들도 불평하는 분위기가 아닌 프랑스인들이 괜찮다고 하는 표현인 싸바[ça va]였답니다. 하지만 티비에서 정부와 경제학자는 어려운 시기라고 상기시킵니다. 아직은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 이지역 주민들은 그리스나 다른 유럽 나라들에 찾아온 경제 묵시록이 그들에게도 과연 일어날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는 않겠지요.

 

생각하는것과 보여지는것 사이의 관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마을에 야외 스케이트장을 설치하는것은 주관한 축제 위원장은 스케이트장 설치는 엄연히 경제 위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2007년에는 재정 지원을 3만 유로 받았던것이, 올해는 1만 8천유로로 줄었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예산을 그이상은 줄일수는 없었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도 성탄절 스케이트장을 가질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고 합니다. 경제 위기는 이런 작은 신호마저 주는것이랍니다. 결국은 위기전 마지막 성탄절이 되지 않을까하던데요. 하지만 이건 경제 위기속에서, 한해 최고의 축제인 성탄절을 보내는 프랑스인들의 비유일뿐이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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