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유치원 수학여행 보고 기함한 한국 엄마

파리아줌마 2012. 1. 13. 07:37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저출산을 극복할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 산하에 있는 지역 사회에서 탁아를 담당하는

제도가 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탁아소는 물론, 만 3살부터 6살까지 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학교 수업 시작전과 후에 탁아 기능을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시청과 연관되어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마음놓고 맡기고 

직장에 다닐수 있습니다. 

 

학교의 모든 행정업무는 시청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영장을 가고, 소풍을 가더라도 시청에 이야기하면 버스부터

보호자들까지 준비해줍니다.

 

 

 

그래서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의 장을 마련해줄수 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지금은 고등학생인 큰아이가 유치원때, 그러니깐 만 4살반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하루 정도 어디 다녀오는것이 아니고 무려 12일간, 그것도 엄동설한인 겨울에, 500킬로 떨어진 부르타뉴

지방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는 기함을 했습니다. 겨우 4살짜리들이 열흘 남짓 부모 얼굴 한번 안보고,

물론 도와주는 이들은 있다고는 하지만, 자고 먹고 그리고 목욕하며 지낸다고 생각하니, 그 교사가 무척이나

무모해 보이더군요. 4살이면 세상 적응 하느라 자주 아플때입니다. 그것도 찬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12일을...

오우~ 농[non]!!!

 

그래서 제 생각에는 아이를 안보내는 엄마들이 많을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더욱 경악스러웠던것은 아이 안보내려는 엄마는 저와 아이가 막 전학온 러시아인 엄마 단둘이라는겁니다. 그리고 그 러시아인 엄마는 교사의 설득에 마음을 바로 돌렸답니다.

 

문제는 저 하나였습니다. 다른 엄마들이 무척 야속하더군요.

저는 교사에게 도저히 못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답답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럼 아이 데리고 있으라고 할줄 알았는데 정성스럽게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이거 환장할 노릇이더군요.

 

교사는 비슷한 경험자까지 대동했습니다. 경험자는 유치원 보호반을 맡고 있는 베트남인으로, 그 집 아이는 제

아이보다 더 어렸을때 이런 여행을 하고 왔다고 합니다. 본인도 처음에는 결정하기 힘들었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 고민하느라 남편과 밤잠까지 설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결정해서 보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답니다. 아무 문제없이 잘지내다 왔고, 아이가 많이 자라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아이를 보낼것을 권합니다.

 

아이 한명 정도 그냥 놓고 가도 될텐데 교사는 끝까지 함께 하기를 원했습니다. 학교측의 끈질김에 져서 아이를 보낼 결정을 하고 준비했습니다. 비록 어려웠지만 결정을 내리고 나니 걱정도 덜해지고, 마음도 가볍더군요.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잠옷까지 두꺼운것으로 따로 구입하고, 커튼집에 부탁해 아이 이름이 주루룩~ 새겨져있는 띠를 만들어,

하나하나 잘라 아이 옷가지와 속옷, 그리고 양말 쪼가리 하나에까지 바느질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것과 섞였을때 구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음 한번 먹었더니 일사천리로, 신나게 준비해지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디 데이를 이틀정도 앞두고 아이가 수두에 걸려버린것입니다. 한국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두 예방 접종이 있는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수두를 앓게 합니다. 그래야 강한 면역이 생긴다고요~ 그것 가지고 프랑스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픈 아이에게 약 먹여주는 탁아소도 수두 걸린 아이는 못오게 합니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두에 걸렸으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그렇게 아이 보내기 싫어 했으면 수두 걸려서 잘됐다 싶을텐데 마음이 그게 아니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아이들이 떠나는 날 검은 새벽에 혼자 유치원앞으로 가서 교사에게 아이 상황을 알리고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교사에게 수두에 걸렸다고 하니 당연히 못가는것으로 받아들이더군요. 그리고 아이 반 친구들은 12일 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고요, 아이는 입안까지 수두가 점령해 밥을 먹지 못하는등, 심하게 앓은뒤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다시 친구들을 만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으며, 학교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족 : 수두에 걸려 못갔던 유치원 수학여행은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때 두차례에 걸쳐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더 오랜 시간 동안 갔다 왔더랬습니다. 시청에서 주관하는것이라 같은 곳이었거덩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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