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의 삶이 느릴수 밖에 없는 이유

파리아줌마 2012. 1. 25. 08:18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에 정착하면서 가장 속터지는 

일들중의 하나가 느린 행정이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한 분과에도 여러 부분이 세세히 나누어져있고, 같은 관할이라도 

본인 담당하는것 아니라면 나몰라라 하며 이리저리 사람을 뺑뺑이

돌리기 일쑤지요. 속이 터질것 같지만 외국살면서 겪을수 있는

일이려니 하며 스스로를 다독일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빨리빨리~에 익숙해있는 한국분들에게는 거의 까무라칠

일입니다. 그러다가 동료라도 한명 튀어 나오면 일 볼 생각않고 잡담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의 말소리는 가까이 있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곤소곤 거립니다. 그러면서 연신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랑곳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경제 위기속에 있지만 조상들이 잘 이룩해놓은것들이 있어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특별히 아쉬울것 없는 프랑스인들이기 때문일것입니다.

 

90년대초였던것 같습니다. 프랑스 지방인 투르[tours]에 계시는 한국 화가 분이 오랜만에 파리에 올라오셨습니다. 그분 말씀이, 요즘 프랑스인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졌는지 파리 외곽 순환도로의 차들이 빠르게 달리더라고

하십니다. 프랑스의 느린 삶을 체감하며 다소 불평 불만까지 가지고 있던 유학생들에게는 무척이나 와닿는 말씀이었습니다. 20년전 프랑스는 지금보다 더 느렸습니다.

 

그들이 느리게 살아도 되는 이유들은 여러가지가 있을것입니다. 고용주는 아득바득 거리며 돈 벌어보았자 세금만 더 내야되는것이고, 공무원, 노동자 등은 의료보험이니 뭐니 정부에서 담당해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칼퇴근해서 저녁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휴가 꼭꼭~ 사용해가며, 질 높은 삶을 마음껏 누려도 되었던것이겠지요. 그리고 공무원들은 연례행사처럼 봄, 가을에 한번씩 월급 인상해달라며 시민들의 발을 꽁꽁 묶어

놓는 파업을 하지요. 이는 지금과는 살짝~ 다른 예전의 프랑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면으로 보자면, 프랑스의 삶이 느릴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인들의 삶의 태도가 있습니다. 결과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살다가 방법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 사회에서 적응하려면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4월 톱셰프 김상만씨의 파리 이벤트 행사에서 만난 파리 요식업 협회 관계자는 프랑스는 일시적인것을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보다 지속적일수 있는곳에 투자하고자 한답니다. 그럼 단시일내에 결과를 얻는것은 

포기했다는겁니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는것이 아닌 믿고 기다리며 꾸준히 투자를 한다는거지요. 그래서 결과 보다는 과정과 절차를 중요시 여기는것이 프랑스인들의 삶을 느리게 만드는 한 이유라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의가 많습니다. 아이 수학 여행갈 때도 학부형 교사 회의가 있고, 학교에 무슨 일만 있어도 회의 소집을 해서 모두가 공유하게 하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니 알리지 않고, 몰라서 오해를 빚는 경우들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절차 무시했다가 아이 학교에서 당한 창피한 일

 

아이가 중학교때 별 생각 없이 있다가 학교에서 창피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가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안경알에 금이 가버렸던것입니다. 당연히 따로 가입한 학교 보험으로 처리를 하는데. 학교측의 사인이 필요한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시켜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더니만 돌아온것은 학교장의 부모 호출이었습니다.

 

좀 뜨악해하면서 가보았더니 문제시 삼은 것은 학교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는것입니다. 

그런데 보험 처리한다고 사인 받아오라고 했으니 교장은 황당했던것입니다. 당시는 그게 문제시 되는지 몰랐었는데 저의 생각이 짧았던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다친것도 아니고 살짝 안경에 금이 간것이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게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아이는 적어도 양호 선생님에게 말했어야 되었다면서 교장에게 혼나고, 저 또한 난감해 하다가 싸인을 받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아도 그건 학교에 알렸어야될 일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던것이지요.

 

얼마전 아이와 몇년전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는데 아이가 그러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을경우 방법과 절차를 무시하면 선생님에게 혼이 난다고 하더군요. 돌발상황시 알려야될것과, 항상 서로 이야기하는것을 생략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어떤 목적을 향해 가다보면 치닫을수 있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바라보다 보면 내앞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저 또한 자주 저질렀던 실수이기도 합니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속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고 함께 할 과정들을 밟아 간다면 눈에 보이는 결과는 느릴지 모르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사회에서 결과만 치중하고 과정을 무시한다면 탄탄히 발전해 나가기 어려울것입니다. 그안에는 수많은 오해들이 생길수 있으니깐요. 그래서일까요?~ 이 사회는 비교적 조용하고 덜 요란스러우며,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안으로 들어가 있는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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