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토론 수업을 통해 스피치 능력을 키우는 프랑스

파리아줌마 2012. 2. 2. 08:20

지난달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런데 우여곡절이 있었더랬습니다.

프랑스 스피치 교육이란 주제를 받고는 막연하기만 하더군요.

왜냐하면 프랑스는 어린시절부터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게

일상화 되어 있어 특별한 스피치 교육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작은 아이반에 공부 잘하고, 발표 잘하는 친구 가정을 

인터뷰 하려고 했는데, 막바지에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해서 저도

못하겠다고 포기해버렸던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가정을 알아보려고

해도 스피치 교육에 관해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것이기에

자신이 없었더랬습니다.

 

기자님 속을 꽤나 썪이며 힘들게 했습니다. 잡지사측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이었는데, 프랑스의 스피치 교육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이야기 될수 있었기에 결국 붙들었던게 큰 아이 친구들이었습니다.

 

프랑스 불어 대입 시험은 고등학교 2학년때 보게 되는데, 논술과 구술 시험을 함께 치르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학교에서 준비하고 있고, 다른 발표 토론 수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피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올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연을 거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큰 아이 친구들이 흔쾌히 응해주어 고마웠고, 힘들게 진행하게 한

기자님께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일상 생활화 되어 있는 프랑스의 스피치 교육

 

요즘 한국에는 스피치 교육을 위한 학원이 생기는등, 부모들이 자녀의 스피치 교육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학교 교육이나, 가정에서는 스피치만을 위한 교육은 없습니다. 프랑스 아이들은 항상 자기 표현을 너무 많이 해서 때로는 자제해 줄 필요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논리도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무슨 논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느끼는대로 이야기하게 내버려둘뿐이지요. 만약 굳이 어린시절의 스피치 교육이라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난뒤 내용을 질문하거나, 느낌을 이야기하게 합니다.

 

예를 들자면,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갔을때, 상영전 영화관 관계자가 마이크를 들고 나와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해주면서도 질문을 하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어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더군요. 그리고 영화상영이 끝나고 나면 감상을 말할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마이크를 돌려가며 질문과 대답들이 무수히 이어지던것을 보았습니다.

 

프랑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하는 스피치 교육이라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발음에 문제가 있는 아이 같은 경우에는 발음 교정사를 찾아가거나, 말하는데 단어 틀린것이 있으면 수정해주는 정도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을 할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있지요.

 

대입 불어 구술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파리 남쪽 외곽, 생뜨 마리 고등학교 2학년인 베네딕트[왼쪽 15세]와 줄리에뜨 [16세]

 

그동안 딸아이를 통해 들었던 친구인, 베네딕뜨와 줄리에뜨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초등학생이었을때 스피치라면, 교사의 질문에 손을 들어 답했던 것과 매주 시를 하나씩 외워 발표한것,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서 주제를 정해서 발표한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학교때는 교사가 연극이나 책읽은 것에 대해 발표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학교에서 2주에 한번씩 나눔의 그룹 시간이 있어서 프랑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답니다. 이건 딸아이에게 들어 블로그에 포스팅한적이 있습니다.

 

줄리에뜨는 발표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주제를 잘 파악하는것이라고 했고, 베네딕뜨는 주제를 알고 어떻게 말할것인지 잘 조직하는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베네딕뜨와 줄리에뜨가 하는 그룹 스터디 노트와 선택한 주제인 웃음 테라피 자료

 

줄리에뜨와 베네딕뜨는 3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 서로 주제를 정해 공부하는 과목이 있는데, 목적은 혼자 공부하는게 아닌 그룹 스터디를 위한것으로 프랑스 전체 고등학교에서 행하는 학습이랍니다. 주제를 정해 글을 쓰고 발표하고 난뒤에는 서로 토론의 시간을 가지는데 이 모든 과정이 점수로 매겨진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그룹 스터디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베네딕뜨와 줄리에뜨

 

줄리에뜨와 베네딕뜨는 몇달 뒤면 불어 대입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2학년때 불어 대입을 보게 되는데, 논술과 구술 두가지로 나뉘어 보게 됩니다. 프랑스 대입에서 불어구술 시험은 총 50분간 진행되는데요, 일단 텍스트를 주고 30분간 준비할 시간을 준답니다. 다음은 10분정도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험관들의 질문에 답하는것으로 진행된다고요~

 

 

현재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외국어 시간 즉,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라틴어등은 수업이 발표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시민 교육 시간에는 발표와 더불어 토론까지 이어진답니다.

 

줄리에뜨와 베네딕뜨는 3월에 대입 불어 구술 모의고사를 치르고, 6월이나 7월이면 정식 시험을 보게 되는데 시험관들 앞에서 발표하는게 떨리지 않냐고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있다고 합니다.

 

남 이야기하듯 할수 없는게 앞에 열거한 모든 사항들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딸아이에게도 해당되는것이라는것이 글을 쓰면서도 부담으로 다가오네요~ 

 

도서관에서 찾아본 책들인데, 왼쪽은 연극 연습에 도움을 주는 책이라 아무래도 스피치와 관련이 있겠고요, 오른쪽은 소리와 몸으로 표현하는 50가지의 놀이를 소개한것인데, 소리 표현중에는 시낭독도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말하기보다는 쓰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스피치는 기본이라는거지요.

그러기에 스피치는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 따라오는 부가적인것으로 여기고 있는듯했습니다.

철학과 문학이 발달한 프랑스라서 그런지 스피치는 시를 낭독하고, 철학적인 토론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뿐이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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