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유럽에 몰아닥친 한파, 프랑스도 얼어붙었다

파리아줌마 2012. 2. 6. 07:44

지난주 화요일쯤부터였나 봅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살을 에는 겨울 바람을 느꼈습니다

으슬으슬 뼈를 파고드는 습한 추위에 익숙하다가 매섭게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니 처음에는 신선하더군요.

 

하지만 그 다음날 좀더 내려간 기온이 몰고온 칼바람에 몸서리 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때쯤 한국에서도 막강한 동장군이 몰아쳤을때입니다.

서울의 체감 온도가 영하 22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영하권으로 내려갔다고 호들갑 떤게 미안해졌습니다.

 

올겨울 파리는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2012년을 시작하는 12월 31일과 1월 1일 밤사이 파리 기온이 

12.3도로 129년만에 가장 따뜻한 신년을 맞은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지나가는줄 알았습니다. 방심했던것일까요?

 

꽃 피고 새 우는 3월을 한달 앞두고 느닷없는 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가

얼어붙었고 300명의 희생자가 생겼답니다.

 

                             

                                                                                                             사진 : AFP

 

익숙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들때는 어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지요.

지난주부터 연일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파 소식을 전하며 프랑스가 마비되고, 얼어붙었다고 호들갑을 떤건 

프랑스가 이런 추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동부지방 도시인 스트라스부르그가 영하 15도, 밀루즈가 영하 19도까지 내려갔고, 파리는 최저 영하 6도까지만 내려갔음에도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의 옷차림과 표정은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보통 한국의 겨울에 영하 6도라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파리에서는 큰 화젯거리가 되는 일이지요.

 

지난 수요일 버스 정류장에서 있던 어떤 남성은 매서운 추위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자는 멋으로만 쓰고 다니던 파리 시민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보온을 위해 털모자를 쓴 이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한파에 노숙자들 희생

 

이렇게 한파가 몰아닥치면 항상 노숙자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3명의 노숙자가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고, 노인 2명 또한 같은 증상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각 도지사에게 긴급 숙소를 마련할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한파가 시작되고 많은 눈이 내린 남동부 지역에서는 전신주 등이 무너져 3만 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일요일] 프랑스의 많은 지역이 한파와 더불어 눈으로 일요일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일어나 보니 눈이 소복히 쌓여 있더군요, 하얀 세상이었습니다. 겨울에 접어들자 마자 눈타령을 했던 작은 아이는 엄마의 단잠을 깨우며 신나했지만, 현실적인 엄마는 당장 도로가 얼어붙어 교통에 문제가 있을까봐 은근 걱정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파리에는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아 다니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서는 눈으로 인해 고속 도로가 마비되거나, 제한적으로 소통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오늘 프랑스 기상청은 75개의 도지역에, 한파, 폭설, 결빙주의보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고, 파리와 그외곽지역에서는 한파 건조 기후 때문에 환경 오염 수치가 올라가, 집안 온도는 18도로 줄이고, 벽난로 사용을 자제할 것과 대중교통을 이용할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사진 : AFP

 

프랑스 통신사의 한파 소식에 6백여개의 댓글들이 있더군요, 곧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인지 한파와 정치를 연관시키기도 하고,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떤 나이든 이는 예전에는 추위속에서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살았다는 등,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에 프랑스인들은 난리였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댓글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겨울속에 있다. 음~그러니깐.. 가끔씩 자연은 그 권리를 되찾을때가 있다. 이건 아주 정상인것이다.>  이글은 추위로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듯 했습니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일주일 정도 계속 영하권의 날씨속에 있게 된다더군요, 저 또한 지난 화요일부터 시작된 한파로 처음 며칠은 꽤 힘들더니만, 어제부터는 익숙해진듯합니다. 아마 제 뇌속의 기억 장치가 그 옛날 한국의 살을 에는 겨울 추위를 떠올려 몸으로 전해진듯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이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