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한류팬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며 겪은 이야기

파리아줌마 2012. 2. 17. 08:20

가끔씩 자신의 도전 정신에 대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로

표현될 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예전에 지금과는 달리 한국에서 외국 나가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때

무모하고도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이땅에 와서는 여러 일들을 겪고 난뒤 

불현듯 떠오른 것이 바로, 무식했으니 그렇게 떠나왔겠지였습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며 좀더 현실적이고 영악스러웠다면 따뜻한 부모님

품에서 좀더 편안한 삶을 살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허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어리석은 동경은 항상 있는 법~

얼마나 더 편안했을리는 알수 없는 일이겠지요.

 

무식해서 용감한 고질병이 도져 어느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한류팬들을 모았습니다.

 

치마가 열두폭이 넘는 아줌마의 오지랖과 나의 모국어, 한국말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함께 머무러져

한국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퍼져 나가버렸던 것입니다.

 

관련글 : 한국어 배우고 싶어하는 프랑스 젊은이들

 

선뜻 한국어를 가르쳐 주겠다 하고는 걱정이 잠시 스치기는 했습니다.

한국말을 하는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고, 몇년 동안 한국 아이들을 상대로 엄마들이 품앗이로 한국어를 가르친 밑천으로 시작은 했지만, 상대는 외국인이라는 것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 정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더군요.

 

그리고 지난해 11월말부터 한류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간 말도 못하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가르치고 나면 기분은 아주 좋더군요.

 

처음에 9명이던 학생들은 이제 고정멤버 6명으로 줄었습니다.

무료로 한국어 수업을 한다고 페이스 북 담벼락에 홍보를 했더니 여러 한류팬들이 다녀갔습니다.

 

한국어 배우고 싶다고 언니 따라 온 13살의 앳띤 여중생은 수줍어 하면서 자음과 모음을 따라하던게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웠답니다. 그리고 고3이었던 베르지니는 잊혀지지 않는게, 드라마를 많이 보았던지 문장 하나를 주고 읽어보라고 하니 자기 마음대로 없는 단어를 넣어 읽길래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베르지니는 학교 공부 때문에 몇번만 참석하고는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 공부하는 이들은 중학교 도서관 선생 한명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모두 여대생들입니다. 제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다들 참하고 아주 반듯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을 좋아하고,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하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가고 싶어합니다. 드라마를 즐겨 보아서인지 간단한 한국어 표현도 빨리 알아듣더군요.

 

예를 들어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를 발음도 정확하게 잘 이야기는 해도 그것이 어떤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었는지는 모르고 있더군요. 제가 가르친게 이런것이었죠. 처음 자음과 모음을 익힐때까지만 해도 재미있었습니다.

혀 모양대로 글이 되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저 또한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기 쉽지 않아~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수 있었던게 그다음 진도를 어떻게 나가야

되는지 깜깜해져 오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찾은게 불어 버전으로 된 한국어 배우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것을 교재로 공부는 하고 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는것과 가르치는것을 엄연히 달랐습니다.

 

질문도 많습니다. 쓰기는 "의"인데 발음은 왜 "에"로 하냐?~ 는, 은, 를, 을 구분은 무엇이냐?

지난번에는 ~뭐예요? 했는데, 오늘은 ~무엇이예요?라고 하는데 무엇이 다른것이냐 등등~

 

인터넷 교재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설명을 해주지만, 한국인인 저는 구분을 충분히 하겠는데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될지 모를 것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그럴때는 무조건 외우라고 합니다. 선생이 충분히 파악하고 외우라는것이라면 모를까, 설명해주지 못해서 외우라는건 학생들에게 그리 신뢰를 가져다 줄수 없을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착한 학생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저의 교권[?]을 전폭적으로 인정하면서 바라 보고 있답니다.

 

또 간과한것이 한국어를 가르친다손 치지만 불어로 해야되는 수업입니다. 어떨때는 질문의 내용을 못알아 들어

엉뚱한 답을 하기도 했는데 마침 다른 학생이 알아차리고 다시 설명해준적도 있답니다.

 

요즘은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한주 동안 있었던 일상을 적거나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한국어를 제법하는 앙꼴리는 공부해야된다는 표현을, 나는 배워야 합니다라고 하길래 저만 그 뉘앙스를 알기에 웃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 표현에 담긴 느낌을 설명해 주고는 적절한 문장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가끔 한국의 가족 관계라든가, 그들이 알지 못하는 풍습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아주 흥미있게 듣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케이팝의 동향부터, 프랑스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얼마전 잡지사 글 때문에 한국의 학교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는데 걱정스러워하더군요.

 

그리고 지난주에는 파리에서 있었던 뮤직 뱅크 동영상을 교재로 썼습니다.

사회자들이 천천히 이야기하길래 몇마디 듣고 따라해보고 적어보기도 했더랬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에서 4시반 혹은 5시까지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갈때는 살짝~ 심란해도

공부가 끝나고 나면 주말이 충만해진듯하답니다. 비록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선생이지만, 파리아줌마의 한국어 공부는 계속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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