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과목은 불어[국어]

파리아줌마 2012. 2. 25. 08:19

대학입시를 앞둔 큰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의 학창시절때의 시험에 대해 말해주면 너무 쉬웠겠다며 펄쩍 뜁니다.

 

사지선다형 위주의 객관식 시험이었다고 하니 그랬던겁니다.

 

세대가 다르고, 나라마저 다르니 그차이는 말도 할수없게 크겠지요.

 

아이들을 보니 초등학교때부터 시험에 객관식 문제는 볼수 없었습니다.

외워서 간단한 단어들을 적거나, 정의를 써야 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주관식이라고 하더라도 중학교때까지는 그럭저럭 학교에서

배운것만 잘해도 좋은 성적 나왔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니 공부가 차원이

달라지더군요.

 

외우고 익히는것은 당연하고, 그다음은 적용에 분석, 정리까지 더해야된답니다.

 

수학은 정답 보다는 과정을 잘 설명해야 점수를 받을수 있답니다.

오답을 내놓아도 과정 설명이 잘되었다면 반 점수라도 받을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답을 주고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시험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숫자와 기호가 많은 수학만큼은 불어를 적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그 이외의 과목은 거의 불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객관식 문제가 없다보니 모두 논리로 풀어내야 되기 때문입니다.

 

객관식 문제가 있더라도 4개중 하나를 맞히는게 아닌 열거된 예들중 정답이 여러개 있어 하나라도 빠뜨리면 점수를 못받는답니다. 그래서 딸아이는 차라리 주관식이 낫다고 하더군요.

 

딸아이가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4학년때 역사 시험 성적을 엉망으로 받아왔길래 문제를 보았습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에 관한 것이었는데 도대체 불어 시험인지, 역사 시험인지 구분이 잘 안되더군요.

10줄 정도로 정리해야 되는것인데 아이가 익숙하지 않았던것입니다.

 

화학, 과학, 역사는 물론이고 지리까지 모든 과목의 기본이 불어입니다. 아이가 중3, 고1때 화학 선생님이 강조한게 문장 표현과 정리법이었답니다. 아이는 화학 선생님이 왜 불어 선생님처럼 그러는지 의아스러웠답니다.

 

모든 과목의 기본은 불어[국어]

 

얼마전 학부모 교사 면담에서 과학 선생님이 딸아이에게 공부 방법을 알려주기를 테마마다 정리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정리에는 삼단 논법이 들어가야 됩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알지? 내용은 과학이지만 잘 종합해서 정리해야되는 것이라며 일러주더군요.

 

그러니 불어는 말할것도 없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과목입니다. 아이가 학년이 높아지면서 수학 때문에 걱정스러웠는데 예상을 깨고 불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라는 한계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습니다. 단순한 구어식 불어가 아닌 문어식 표현과 정리, 그리고 사고력과 성찰력까지 덧붙여 설을 풀어야되니 프랑스인들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학부모 교사 면담시 불어 교사와의 면담에 가장 많은 이들이 몰렸었고, 다른 과목들이 1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것에 비해 불어는 시간이 지체되어 많이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만큼 불어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어 선생님은 가장 중요한 과목은 불어라고 했다더군요.

 

아이는 평상시 4시간 동안 불어 시험을 봅니다. 1시간 정도는 텍스트를 읽고 10개 정도의 물음에 간단한 답을 하고 나머지 3시간은 계속 적어야 된답니다. 시간이 더러 모자란다고 하더군요. 4시간을 시험보고 오면 잘 쳤는지 못쳤는지 감이 안잡힌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올해 6월 말, 불어와 과학 과목만 대학 입시를 봅니다. 그리고 불어는 내년 고3이 되면 철학으로 대체되어 더 심오한 사고를 요하는 공부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대학을 가거나, 고등 전문 학교를 가게 되면 자기 전공을 살리는 공부를 하게 되는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고등학교까지 불어를 중요시 여기는 교육에는 어떤 바탕을 다져 놓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는 또한 철학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되면서 삶의 가치를 알아가게 되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린 어떤 한인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썰을 잘 풀어야 되는구먼~하더니만,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그렇게 말이 많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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