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대학 입시에는 그룹 스터디가 있어

파리아줌마 2012. 3. 10. 08:03

2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2주간의 스키방학을 마치고 지난 월요일

개학한 날에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불어 구술 대입

모의 고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는 2학년때 불어와 과학 과목에 대한 대학입시를

보게 됩니다. 모의고사라 크게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른바

입시생 엄마라는게 은근 무게감을 주더군요.

 

아이가 다행히 자기가 공부한 분야가 나왔다며 환한 미소를 띄며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다음날은 모의고사가 아닌 실제 대입 시험이

있었습니다. 전날과는 다르게 안색이 좋지 않더군요.

 

혼자본 시험이 아닌 같은 반 친구 2명과 함께 소논문을 제출하고 30분

정도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심사위원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정도였다고 하는데, 아이가 주장한 내용을 다른 두명의 친구들이 동의하지 않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사위원 선생님이 지적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이건 혼자만 잘해서 되는게 아닌 3명이 뜻을 모아야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그룹 스터디로, 불어로는 관리된 개인 작업[Travaux personnels encadrés]으로 불리웁니다.

그러니깐 어떤 조직안에서 개인의 작업을 한다는 뜻인것 같습니다.

 

아이 포함한 3명의 학생들이 지난 9월부터 테마를 하나 정해 자료를 찾아 20장 정도의 소논문을 작성했고,

논문과 중복되지 않는 내용을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선에서 구술 발표를 해야되는것이었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 2학년때는 의무적으로 3, 4명정도의 그룹 스터디가 대학 입시 점수에 포함됩니다.

이 과목은 일주일에 2시간씩 주어지는데, 한시간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나머지 한시간은 함께 도서관이나

컴퓨터실에서 자료를 찾는다고 합니다.

 

교육부에서 정해주는 커다란 주제안에서 테마를 정해 서론과 결론은 함께 모여서 의논해서 하고, 중간인 본론은 3명이서 나누어서 맡는다고 합니다.

 

프랑스 교육부가 이런 그룹 스터디를 대학 입시에 반영시킨 목적은 학생들의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고,

다영역성을 좋게하기 위한것이라고 합니다.

 

대입 시험에도 느슨한 프랑스 고등학생들

 

이제 겨우 17, 18살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들끼리 뜻을 맞출수 있겠습니까? 시험 전날인 월요일 딸아이는 그동안 다른 두명의 친구들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야기합니다.

 

나름 진지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을 선택했는데 자료 찾는 시간은 왕수다로 보내고, 방학 동안 한번쯤은 만나 같이 공부해야 되는데 만남을 주선하는 쪽은 항상 딸아이였다는것, 그리고 본인도 느슨하니 공부에 애착이 있는 스타일은 아닌데 친구 둘은 본인 보다 더 하다는 것, 함께 공부하게 위해 모이면 그저 놀 기회만 엿본다고 하면서,

다른 이들과 무엇을 함께 한다는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딸아이가 힘들었다는데 엄마인 저는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어쨌든 아이가 좋은 경험을 한 듯했고, 대입을 앞두고도 공부에 얾매이지 않는 프랑스 아이들의 느슨함이 체감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자신이 맡은 분야를 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에게 피해를 줄수 있습니다.

 

제출할 논문 인쇄를 맡은 아이가 그날 아침에 집 프린터에 잉크가 없다는것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학교에 와서 인쇄를 했는데 첫장인 목차를 빠뜨린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두 친구들 점수도 나락으로 떨어질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나 혼자 잘해서 되는게 아닌 서로 살펴가며 신경써야 되는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다른 친구의 대입 평균 점수마저 깍아내린다면 원수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프랑스 교육부는 어린 고등학생들의 허술함을 잘 간파한 점수제를 적용했더군요. 20점 만점에 10점 이하로 받아도 대입 평균 점수가 깎이지는 않는답니다. 그런데 10점 이상을 받으면 가산점이 더해집니다. 그러니 높은 점수 받아 두둑한 가산점

받을수 있다면 좋겠지요. 그리고 3명이서 똘똘 뭉쳐 잘 진행하고 있는 그룹들도 물론 있답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게 마지막에 그룹의 작업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어떤 학생은 누구는 어떤 시점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는데 선생님은 이런 글은 피해라고 지도하더랍니다.

너무 놀아서 미안했던지 아이 그룹 친구들은 자료 찾지 않고 수다 떨었다고는 적지 말아달라고 농담 삼아 부탁하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작업을 통해 다른 이와 무엇을 한다는게 쉽지 않음을 안것만도 큰 수확인것 같습니다. 현실에 부딪혀보면 그다음에는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겠지요. 그리고 혼자하는 공부에 감사하며 더욱 정진할수 있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도 살짝 부려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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