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대통령 결선 앞둔 프랑스의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파리아줌마 2012. 5. 2. 06:59

90년대 유학생으로 있었을때입니다.

원래 공부 안하는 학생이 휴일이면 공부하겠다고 유난을 떨죠.

그날 막연히 5월 1일이 휴일인줄만 알고, 문여는 도서관을

찾아 번호부를 뒤적이며 전화를 걸었더랬습니다.

 

어느 도서관인가 수위인듯한 사람이 전화를 받더군요.

그래서 문을 여냐고 물으니, 오늘 5월 1일 아니니? 하고는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 전체가 휴일이었던 5월 1일 노동절에 전화를 해서

문 여냐고 묻는 정신 나간 외국 여학생이었던것입니다.

 

그이후 5월 1일은 프랑스에서는 절대적인 휴일임을 잘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의 시위로 장식하는 날이기도 하죠.

 

그동안 노동 조건에 대해 가졌던 모든 슬로건을 들고 나오는 날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른게요. 지난 4월 22일 1차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오는 5월 6일 결선을 사이에 있는 노동절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어제부터 올해 노동절은 아주 정치적일것 같다고 하더군요.

 

오늘 사르코지 후보는 에펠 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대규모 미팅을 가졌고, 극우파의 마리 르펜은

파리의 오페라 광장에서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노동절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린은 사르코지에게

표를 몰아주는게 아닌 아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극좌파들은 사회당 올랑드를 지지하겠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오늘 프랑스 지방인 네베르에[Nevers]에서 미팅을 가졌다고 합니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 집권시 총리를 지닌 피에르 베로고부와의 묘에 참배하기 위해서 랍니다.

그의 죽음은 노동절과 연관이 있습니다. 피에르 베로고부와는 우리나라의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노동자 출신인 그는 비리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그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상징적이게도 1993년 5월 1일에

권총으로 자살한 비극의 정치인입니다.

 

당시 저 또한 노동자 출신으로 총리까지 오른 그에게 관심이 많았었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는 놀랐었죠.

 

올랑드는 오늘 그를 기억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더군요,

 

14시에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있었던 사르코지 미팅에 갔다가 사르코지를 보지도 못한채, 15시에 있을 노동 조합들의 시위가 있는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노동절인 오늘은 노동자들의 시위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예전부터 노동절 시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더랬습니다.

 

오늘 프랑스 전국에서 290개의 시위로 7십 5만명이 집결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사르코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웠지요.

 

오늘 프랑스 노동절 시위는 일자리 보호와 안티 사르코지가 주된 슬로건이었습니다.

 

사르코지 미팅에 갔다가 노동총연맹의 시위가 있었던 파리 14구의 당페르 로슈로[Denfert-Rochereau]에 도착하니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의 모습들도 달랐습니다. 차이가 너무 확연해 잠시 혼란스러워지더군요.

 

우파의 좌파의 차이 같은거겠지요. 사르코지 미팅에서는 외국인들이 많지 않은것에 비해 여기는 도처에 외국인이었습니다. 자국의 인권 문제를 가지고 온 외국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랍 쏘세지인 메르게즈가 도처에 연기를 피우며 굽히고 있는 등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체 게바라의 모습과, 누군지 모를 인물이 있더군요

 

노동절 시위는 온통 안티 사르코지였습니다. 왼쪽은 드골, 그리고 오른쪽은 사르코지와 안젤라 메르켈이 악수를 하는 모습인데, 둘중 하나는 가짜라고 밑에 쓰여져 있더군요.

 

CGT[ 프랑스 노동 총연맹]의 붉은 깃발이 오랜만에 화창해진 파리의 하늘을 뒤덮고 있고,

건강과 사회 보장은 상품이 아니다 라는 글귀가 있는 하얀 풍선이 높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귀가 떨어져 나갈듯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이렇게 분위기를 잡고 있는 커플도 있었습니다.

 

5월 1일은 사회 정의 광장으로~라고 쓰인 포스터입니다. 파리에 정의의 광장은 없습니다.

상징적인 문구인것이죠. 오늘 18시 바스티유 광장에 집결한다는 벽보는 보았습니다만~

 

자본주의자들에게, 위기를 보상하라~

 

 똘망한 눈망울의 아기와 젊은 엄마는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서 있는지~

 

바로 사르코지에게 표를 주면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중 교육부분에서 학교가 투표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르코지 풍자화가 있네요. 그리고 그가 쓴 모자에는 프랑스인들이 멍청이의 상징으로 쓰이는 당나귀가 쓰여져 있습니다.

 

이집트의 문제를 들고 나온 젊은이들입니다.

 

 

나는 진정한 노동을 원한다. 진짜 월급, 진짜 퇴직, 그리고 진짜 대통령~

 

강한 슬로건이 보이지는 않은 젊은이들입니다. 사회주의자냐고 물으니 정치적인 입장이 아닌 휴머니즘적인 것이라고 하더군요,.제일 오른쪽 문구를 보자면, 나는 우리의 차이들이 우리 힘이 될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근처에 경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청소원들만 보이더군요. 경찰은 멀리 떨어져 거리를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시위 행렬을 따라 가다가 멋진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의 티셔츠에는 부자들은 구역질나., 그들은 프랑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휴일인 노동절에 프랑스 노동 총연맹 깃발을 들고 자녀들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 프랑스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매단 갓난 아이 엉덩이에,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 원피스에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문구와 사르코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더군요.

 

 

 

 

시위자들을 따라가니 대규모 시위 행렬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왼쪽분 가슴에는 5월 1일은 모든 일하는 이들의 축제, 간호사 생활 39년이라고 적혀져 있었습니다.

노란 손모양의 스티커에는 " 내친구를 건드리지 마"라는 문구가 있는데 인종차별을 경계한 것 같더군요.

 

여성 인권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는 아가씨

 

확성기를 통해, 우리는 화난채 일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하면서 레지스탕스, 레지스탕스를 부르짖더군요.

 

 

파리의 중국인들도 노동 평등과 조건 보호를 위해 시위대에 합세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기차를 타려고 하는데 한무리의 아이들 시위대를 만났습니다.

 

엄마와 함께 노동절 시위에 동참한듯한데요.. 아이들의 프랑스. 진정한 축제는 노동이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 붙여진 노동절 시위 광고에는 18시에 바스티유 광장에 노동자들과 임시직들을 위한 모임을 가진다고 되어 있더군요.

 

사르코지 미팅에서 본 이들과 노동절 시위에 본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더군요. 역사를 보자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것은 나라간이라기 보다는 계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것들이 사회를 변화시킨거고요.

 

지난 세대에 혁명과 사회주의 운동을 거치면서 함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 프랑스이기에 노동자들의 힘은 간과할수 없는것 같습니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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