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프랑스 우파 대통령 후보 유세장에 가보니

파리아줌마 2012. 5. 4. 06:26

살고 있는 곳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비록 유권자는 아닐망정

유세 현장에 한번 못가보고 지나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저께, 5월 1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미팅이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까데로 광장에서 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휴일이라 잘되었다 싶었습니다.

 

공휴일에 하루종일 아이들과 집에서 빈둥거리려고 했었는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더군다나 노동절 시위까지 있다는

소식까지 듣고는 그곳까지 가볼 생각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웠던건 좌파 사회당 후보인 올랑드가 아닌

우파 대선 후보 사르코지의 유세 현장이라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올랑드는 어디 있나 살펴보니 지방에 내려갔더군요. 사르코지 후보는 결선을 5일 앞두고

19%의 득표율을 거둔 극우파 표를 잡을 요량으로 노동절에 파리에서 대규모 미팅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큰아이가 우파 대선 후보의 미팅이라 은근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파라면 인종차별적이라 외국인인 엄마가 그곳에 간다니 걱정이 되나 봅니다. 물론 아이의 철없는 걱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만약 엄마가 외국인이라 무슨 일이 있다면 프랑스 우파는 절망적이라고 할수 있다며 큰소리치며 나섰습니다. 

 

그날 미팅 장소로 향하는데,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이들의 열기가 지하철에서부터 느껴집니다. 프랑스 지방을 잇는 기차들이 다니는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하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는. 사르코지를 대통령으로~,

올랑드는 졌다~, 우린 이길것이다  라며 구호를 외치며 탑니다.

 

사르코지 지지자들로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안에서 옆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어디서 오셨냐고 물으니 프랑스 북서쪽, 그러니까 부르타뉴 지방에서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사르코지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지하철안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이들은 사르코지 소속당인 대중 운동 연합당[UMP] 당원들이라고 합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많더군요.

 

약속 장소인 트로까데로 역에 내리니 프랑스 국가를 부르며 나아가더군요.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대단한 열기가 느껴지더군요. 저 삼색기는 사르코지의 소속당인 대중 운동 연합당의

상징 깃발입니다. 그날 2십만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양쪽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서 연설을 듣고 보게 했더군요.

 

그날 유세 현장에서 인상적이었던것은 하얀색 티 셔츠를 입고 있는 사르코지 대학생 연합이었습니다.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프랑스 대학생 협회인듯 했습니다.

 

 

유세장에는 대부분 지지자들이 온 듯 했습니다.

그의 연설을 들어보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요란한 북소리가 들려 가보니 북아프리카인들이 연주를 하고

있더군요.

 

연설 단상은 너무 멀었습니다. 저 안쪽에는 당원들만 들어갈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르코지를 가까이서 볼수 없을것 같아 줌으로 한껏 잡아당여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더랬습니다.

 

사르코지의 젊은이들은 작은 트럭위에 올라가 유세를 하고 있더군요. 그들중에 외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결선에서 경쟁하게 되는 사회당의 올랑드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더군요.

 

저 젊은이 가슴에는 올랑드 공약은 플랑[Flan 프랑스 제과의 종류로, 흐물한것]이다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습니다.

 

나는 20살, 나는 미래를 믿기에 사르코지를 찍는다 라는 푯말~

 

사르코지 학생 협회의 슬로건은 백지 투표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것이라고 하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사르코지 사람들의 연설이 워밍업처럼 있고, 정작 그는 나오지 않더군요.

 

자리를 잡기위해 바리케이트가 쳐진 사이로 어떤 젊은 아저씨를 제치고 미안해 하면서 파고 들어가서는 사르코지를 지지하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극우파들이 사르코지를 밀어줄수 있겠냐고 하니, 자기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면서 답을 거부하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니, 그는 극우파와 우파 사이의 경계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는 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면서 국적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프랑스가 예전부터 많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였는데, 요즘 같이 나라가 약하면 문제시 된다고 했습니다.

 

처음 질문에 답하기를 꺼려하던 그는 그다음부터 봇물터지듯 끊임없이 저에게 이야기 하더군요. 자신은 단체보다는 개인이 잘살아야된다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그는 현재 프랑스 민중은 잠자고 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래도 혁명을 이룩한 민중 아니냐니깐 그건 옛날 일이고, 민중을 깨우기 위해선 우파가 정권을 잡아야된다고 하더군요.

 

그는 이번 결선의 결과를 49% 대 51%로 본답니다. 그순간 제가 내심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올랑드가 51%?라고 하니, 아니 사르코지가 51%라고 하길래, 미안하다고 하면서 둘이 웃었더랬습니다.

그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힘들것이라고 하더군요

 

사르코지의 사람인 우파 정치인의 연설에서, 올랑드는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주자고 한다며 비난한 대목에선

그의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부부 모두 참 사람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한국인 아내가 있고, 한국어와 불어로 한국 관련 서적을 펴내고 있는 프랑스인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노동절이라 노조들의 시위가 15시에 시작되는데, 이미 3시를 훨씬 넘겨도 사르코지는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그래서 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제 노조 시위에 갈거라고 하니 인터넷으로 사르코지 연설을 들을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분들 사진 찍을 여유는 없었지만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사르코지를 기다리다 할수없이 지하철역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사르코지의 사람인 피용 총리가 나와 연설을 하는것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잠시 볼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지하철로 가는 길목이 몸하나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겨우겨우 지하철 역으로 가니 문이 굳게 닫혀있더군요.

 

3시가 지나고 지하철도 차단한 채 행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건 프랑스 통신사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이날 사르코지는 시위하는 노조들을 향해, 붉은 깃발을 내려놓고 프랑스를 위해 봉사하라고 했다는군요. 사르코지와 노조와의 대립이 만만치 않은듯합니다.

 

그리고 어제[수요일] 사르코지와 올랑드와 TV 대담이 있었습니다. 이는 결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들이 갖는 의례적이고, 전통적인 행사이지만 관심을 끄는 유명한 대담이기도 합니다. 시청률은 지난 2007년 대선때 보다는 낮았지만 1천 8백만명이 시청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사르코지보다 올랑드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르코지는 올랑드가 그의 집권 5년을 채근 했을때 변명만 일삼는등, 지극히 정치적이었고, 올랑드는 좌파답게 사회 정의적인 면을 드러내더군요.

 

사르코지의 교육계 일자리 삭감에 대해 올랑드는 비난하면서, 나는 공화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는데, 당신은 부자들만 생각하죠~ 라며 공격을 하더군요. 둘이 싸우고 비난하고, 사회자가 말리고,, 3시간 동안 지속되더니

밤12시에나 마치더군요. 제 생각에 올랑드가 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중도파인 바이루 후보가 올랑드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고, 1차에서 떨어진 대부분이 사회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더군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오는 일요일 밤, 프랑스에 좌파 대통령 당선이라고 글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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